내가 담을 수 있는 세상, 내가 다룰 수 있는 것.
어지럽고 무질서한 마음인 그 시절, 어린아이가 다룰 수 있는 현실은 무엇이었을까?
소리는 아무리 막아도 들려온다.
아무리 세게 귀를 막아보아도 내 숨소리까지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소리의 감각은 멈출 수 없다.
촉각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시시때때로 바뀌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후각까지. 나를 둘러싼 이 작은 내 방 환경은 어린 내가 컨트롤하기에는 벅찰 만큼 크고 어려운 곳이다.
어린 내가 나 혼자 차단할 수 있는, 그리고 쉽게 다룰 수 있는 감각은 오로지 시각이다.
내 눈에 담는 세상은 내가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현실이었다
그렇게 눈을 감으면, 어두운 세상 안에 모든 감각 친구들이 나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