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런 나라

1. 어쩌다 보니

by 비몽

오늘따라 사납던 바다는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바람을 타고 흐르는 소금의 날 것 같은 냄새는 왜인지 나를 배가 고프게 만들었다.

햇빛에 울렁거림 건너편에 새벽에 나간 고기잡이 뱃고동 소리의 울림은 내 발끝이 같이 떨려오는 것만 같았다.


밥때를 놓쳐 늦게 먹은 점심이 배를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길 건너편 여학생들의 새로 생긴 분식집의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찬양을 들어보니 매콤한 고춧가루와 달달한 물엿의 냄새가 내 입가 근처까지 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사는 섬은 1시간 걸으면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세상이다.

이 좁아터진 섬에서 22년을 산 나, 한나라.

파도 소리가 제일 시끄러운, 조용해서 싫었던 이 섬이 내가 성인이 된 시점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조용하다.

우리 동네 유일한 신호등 초록불 이 내 창 너머로 깜박이는 걸 보며 내 책상에 엎드린다.


내 감옥, 내 섬, 내 세상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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