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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Sep 18. 2023

인사동 기찻길

흰샘의 詩답지 않은 詩

인사동 골목 어딘가에 기찻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그 기찻길은 분명 완강한 침목(枕木) 몇 개를 베고 

누워 있으므로 자신이 기찻길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가끔씩 실눈을 뜨고 바라보면 평행선 건너편에

밤마다 노란 전등을 밝히는 역사(驛舍)가 있으므로 

덜컹거리는 기차 바퀴 소리를 오래도록 듣지 못했으나

멀리 가는 기차는 으레 지연되곤 하는 거라고

이번 기차는 유난히 지연 시간이 길어서

승객들의 투덜거림을 다 듣고 오느라고 더 늦어지는 거라고

인사동 기찻길은 침목 몇 개를 베고 느긋하게 누워 

누운 채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조용히 늙어가는 것이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옛날에 쓴 글입니다. 사진도 그때 찍은 것이고요. 인사동 어느 골목에 이런 '기찻길(?)'이 있었지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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