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중학교 다닐 때, 나는 첫사랑에 빠져있었다. 물론 짝사랑이었고, 그 대상은 세 살이나 어린 초등학생이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진심이었고, 진실이었고, 진리였다, 진짜로...
그즈음에 이 영화를 보았다. 제목도 너무나 쉽고 평범한(아니, 뻔뻔한) Love Story. 나는 바로 이 영화에 빠져 거의 익사할 뻔했다. 영어를 더럽게 못하던 나는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라는 이 애매모호하고도 긴 문장을 단숨에 외워 버렸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자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비련의 남자 주인공이다. 이 영화처럼 사랑하는 여자가 백혈병에 걸렸는데, 한 사람 분량의 혈액을 공급받아 혈액을 모조리 바꾸면 병이 낫는다. 그런데 그녀는 특이한 혈액형이라 아무도 맞는 사람이 없다. 기가 막히게도 내가 혈액형이 같다. 나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온몸에 있는 피를 그녀에게 모두 주기로 한다. 그렇게 죽어가던 그녀는 살아나고, 나는 서서히 죽어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잠시 온전한 정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떤가? 내가 만든 이야기에 비하면 Love Story는 영화도 아니다. 너무 신파적이고 상투적이라고? 아니,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8할은 신파적이고 상투적이지 않나?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좋다.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는 가만히 눈을 감고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뉴욕 중앙공원(Central Park)으로 간다. Snow Frolic이라는 음악에 이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