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 찾아온 봄 초목이 먼저 아네
중국 남송의 유학자인 장식(張栻, 1133~1180)의 작품입니다. 입춘에 세밑이니 꼭 요즈음이었을 터입니다. 시의 첫 글자인 율(律)은 본래 음악 용어이기도 하고, 절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입춘에서 시작한 24절기가 한 바퀴 돌아 대한(大寒)에서 끝나고 다시 입춘으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구절은 바로 두 번째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봄이 와도 조금만 추우면 두터운 옷을 껴입으면서 ‘봄은 개뿔’ 어쩌고 하며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초목들은 긴 겨울 동안 빈 몸으로 봄을 기다리지요. 그들은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올 것을 절대 의심하지 않습니다. 정작 봄은 초목들의 간절한 기다림과 믿음 때문에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3구와 제4구는 초목을 통해 봄을 감지한 시인의 헌사(獻辭)일지도 모릅니다. 근엄하기 짝이 없는 이 유학자도 봄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봄은 만물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니 양지쪽엔 벌써 풀들이 돋아나고 보라색 봄까치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을 보며 이 시를 떠올렸고, 이 시를 읽다가 또 못난 시심(詩心)이 동하여 끄적여 봅니다.
<봄까치꽃>
말이 입춘이지 봄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했는데
보인다
양지쪽 눈 녹은 자리에 보라색 봄까치꽃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워
너는 그리도 자신만만한 것이구나
강함을 힘이라 믿는 세상 권력은
자신이 없어 날마다 칼을 갈고 철문을 잠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