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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Feb 02. 2024

흰샘의 漢詩 이야기

인간 세상 찾아온 봄 초목이 먼저 아네

立春偶成(입춘우성)  입춘에 우연히 짓다  

   

律回歲晚冰霜少(율회세만빙상소) 절기 돌아 세밑에 얼음 서리 적어지니

春到人間草木知(춘도인간초목지) 인간 세상 찾아온 봄 초목이 먼저 아네.

便覺眼前生意滿(변각안전생의만) 별안간 눈앞에 생기 가득 넘쳐나고

東風吹水綠參差(동풍취수록참치) 동풍이 건듯 불어 푸른 물결 일렁이네.

[번역: 흰샘]     


중국 남송의 유학자인 장식(張栻, 1133~1180)의 작품입니다. 입춘에 세밑이니 꼭 요즈음이었을 터입니다. 시의 첫 글자인 율(律)은 본래 음악 용어이기도 하고, 절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입춘에서 시작한 24절기가 한 바퀴 돌아 대한(大寒)에서 끝나고 다시 입춘으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구절은 바로 두 번째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봄이 와도 조금만 추우면 두터운 옷을 껴입으면서 ‘봄은 개뿔’ 어쩌고 하며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초목들은 긴 겨울 동안 빈 몸으로 봄을 기다리지요. 그들은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올 것을 절대 의심하지 않습니다. 정작 봄은 초목들의 간절한 기다림과 믿음 때문에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3구와 제4구는 초목을 통해 봄을 감지한 시인의 헌사(獻辭)일지도 모릅니다. 근엄하기 짝이 없는 이 유학자도 봄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봄은 만물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니 양지쪽엔 벌써 풀들이 돋아나고 보라색 봄까치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을 보며 이 시를 떠올렸고, 이 시를 읽다가 또 못난 시심(詩心)이 동하여 끄적여 봅니다.          



<봄까치꽃>          


말이 입춘이지 봄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했는데

보인다

양지쪽 눈 녹은 자리에 보라색 봄까치꽃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워 

너는 그리도 자신만만한 것이구나     


강함을 힘이라 믿는 세상 권력은

자신이 없어 날마다 칼을 갈고 철문을 잠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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