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샘 Apr 05. 2024

어떤 편지

흰샘의 그냥 그런 이야기

모 사이버대학교에서 2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직업이나 학력 또한 검정고시부터 대학원졸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들이고, 힘들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반 대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강의보다 오히려 더 마음을 쓰려고 노력한다. 하루에 수십 개씩 강의 리뷰가 올라오는데(나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리뷰를 쓰는 것도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니 오해하지 마시라), 간혹 질문 게시판에 질문뿐 아니라 이런저런 얘기를 올리는 수강생들이 있다. 내 강의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리뷰도 있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생상담’을 요청하는 글도 있다. 때로는 그들의 글을 통해 내가 깊이 감동을 받기도 한다. 오늘은 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교수님

사랑방 아궁이 참나무 장작불에 보이차 끓여 마시며 듣는 교수님 강의는 정말 최고입니다. 저도 공부 좀 했다는 사람인데 모르는 게 많았네요.ㅋ

90 노모께서 토방에서 머위, 달래 다듬으시며 제 스마트폰 보시며 하시는 말씀이~

“저 잔소리 하는 아자씨, 돈 많이 버냐? 밤이나 낮이나 왜 계속 말만 하냐?”고 하시네요.ㅋㅋㅋ

“엄마~. 교수님이시고 엄청 훌륭한 강의이고 내가 이거 잘 보고 시험 봐야 돼~.” 했더니 결혼은 하셨냐고 하시네요.ㅋ

우리 엄마는 엄청 지혜로우신데 sns 세상은 모르셔요.

읍내 농협 가서 시디기에서 돈 찾아 용돈 드리면, 누가 훔쳐가면 어떡할라고 네 돈통을 왜 여기까지 갖다 놨냐고 집에다 갖다 놓으라고 하셔요.ㅋㅋ

피아노 치면 손가락 아프겠다고 장갑 끼고 치라고 니트릴 장갑 주셔요.

한 달에 한 번씩 효도하러 오는데 제가 힘을 얻고 갑니다. <중략>


한번 웃음 속에 나른한 봄날 오후가 흘러간다.

작가의 이전글 계란장수 요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