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냇저고리 연대기

by 흰샘

딸만 셋을 연달아 낳고

소박맞기 직전에 아들을 낳았단다

우리 엄마

나를 눕혀놓고 무명천 잘라

호롱불 아래서 솔기 하나 걸리지 않게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만들었단다

스물아홉살 우리 엄마


아기가 울면 젖 먹이고 또 깁고

똥 싸면 기저귀 갈고 또 깁고

잠을 안 자도 하나도 피곤한 줄 몰랐단다

우리 엄마

숯불에 달군 인두로 솔기솔기마저 다려서 입혔단다


백년도 넘은 앞닫이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어릴 때 집 떠난 아들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서

코에도 대 보고 가슴에도 품어보고

옆구리에 손을 끼워 둥개둥개 얼러도 보았단다

우리 엄마

빛바랠세라 좀이라도 쏠세라

두 번 세 번 꽁꽁 싸서 넣어두었다가

오늘처럼 볕 좋은 날 조심스레 꺼내

빨랫줄에 널어놓은 배냇저고리가 바람에 우쭐거릴 때마다

그걸 입고 춤추듯 손발을 버둥거리던 아기를 보는 듯했단다

아흔하나 우리 엄마

오이지보다 더 쪼그라든


희고 작고 여리고 조금 슬픈

내 배냇저고리

바람에 우쭐우쭐 춤추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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