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샘의 한시 이야기
[번역: 흰샘]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로 대표되는 성당(盛唐) 시대에 두 사람보다 선배로 시단을 이끌었던 대단한 시인이다. 자는 호연(浩然), 호는 녹문거사(鹿門處士)이다. 호연지기를 지니고 살라는 뜻으로 자를 호연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호연지기는커녕 궁상맞기 그지없었다. 이 시는 그가 40세 때 수도 장안에 가서 진사시에 응시하였지만 낙방하고 고향인 양양(襄陽-강원도 양양 아니다. 글자만 같다.)으로 돌아가서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에도 궁기가 줄줄 흐르지 않는가?
과거에 낙방했지만 제법 이름있는 시인이니 임금께 자신의 글솜씨를 좀 보여주는 편지를 올리면 눈에 띄어 미관말직이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래뵈도 내 이름이 호연지기의 호연이다! 호기롭게 오두막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와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재주 없어 임금에게 버림받았다고 하지만, 실은 내 재주도 알아주지 못하는 임금에 대한 원망이 숨어있다. 병이 들었다고 친구가 멀어지겠는가? 찌질하니 안 놀아주는 거다. 어느새 머리엔 백설이 내려앉았고 봄기운은 벌써 세밑까지 바짝 다가왔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마지막 글자를 ‘虛’로 찍은 것이 시인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낸 시안(詩眼)이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어쩌면 이 글자 한 자를 놓기 위해 나머지 39자를 썼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지난해를 진지하게 돌아본다든가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 따위를 하지 않는다. 별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탓(덕분)이다. 그저 무사히 한 해를 잘 건너왔으니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그만이다. 잘 안 된 일들을 맹호연처럼 곱씹을 일도 아니다. 밤잠만 설치고 속만 虛할 뿐이다. 궁상일랑 떨지 말자. 백발도 내버려둔 지 오래다. 새해 무슨 거창한 계획도 없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거창한 계획보다도 지나친 욕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