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샘 May 30. 2023

쥐똥나무 가로수가 들려준 말

흰샘의 詩

사람들 참 못됐다

예쁜 이름도 많은데 하필 쥐똥나무라니

하지만 이름은 그렇다 치자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으니까

사람들은 원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못하니까, 봐 주자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것은

자동차 매연 가득한 길가에

잔뜩 줄 세워 놓은 것도 모자라

머리채건 팔다리건 자라기만 하면

사정없이 잘라 버린다는 거야

그렇게 두부처럼 네모반듯하게 잘라 놓고는

멋지다고 히죽거리는 모습이라니...     


그래도 악착같이 부동자세로 버티고 서서

꽃을 피우는 내 이름은 쥐똥나무야

사실 꽃도 드러내 놓고 피우진 못해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거든

고개를 잔뜩 움츠리거나

팔다리를 늘어뜨려 눈치 못 채게 꽃을 피우지.     


한 번쯤 내 향기를 맡아본 사람이라면

내게 다른 이름을 붙여 주고 싶어 할 거야

그래도 내가 어쩔 수 없이 쥐똥나무인 것은

오로지 쥐똥 같은 열매 몇 알을 위해

험한 세상을 견뎌내기 때문이야

그게 나, 쥐똥나무인 거야.     


아파트 단지 안에 핀 쥐똥나무 꽃

쥐똥나무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아파트 단지 안에 낮은 울타리 대신 심기도 하지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나 더위나 가뭄에도 잘 견디는, 작고 보잘것없게 생겼지만 강인한 나무입니다. 요즘이 한창 쥐똥나무 꽃이 피는 시절이지요. 그 향기는 라일락이나 장미에 결코 양보하지 않을 정도로 달콤하고도 진합니다. 

쥐똥나무라는 이름은 그 열매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진짜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거든요. 사실 나무에게 본래 이름이란 게 있었나요. 사람들이 붙여 준 것이지요. 향기에 비하면 이름이 좀 가혹합니다. 나무야 본래 이름이 없으니 상관하지도 않겠지만요. 사람들 중에도 이름(출신)이나 외모가 보잘것없어도(그 ‘보잘것’이라는 기준도 지극히 자의적이지만) 인품이나 지혜가 뛰어난 이들이 있습니다. 쥐똥나무처럼 말이지요...      


[군더더기]

백과사전을 보니 쥐똥나무 열매는 당뇨병을 비롯한 고혈압, 양기 부족, 이명증 등에 효과가 있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특히 남자들 O력에 좋다고 ‘남정목’이라고도 불린답니다. 나무는 단단하여 도장이나 지팡이로 제격이라니, 버릴 게 없는 나무입니다.

쥐똥나무 열매(다음블로그에서 얻어옴)


작가의 이전글 흰샘의 옥상텃밭 이야기-상추의 목숨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