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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y 17. 2023

흰샘의 옥상텃밭 이야기-상추의 목숨값

상추의 목숨값          



옥상텃밭에 가꾼 상추를 수확했다

나 살겠다고 너를 죽이는구나 사죄하며     


바구니를 받쳐들고

상추의 목숨값을 가늠해 본다     


흙의 질량과

빗방울의 수와

햇살의 길이와

바람의 무게를     


내가 잠든 시간에도 눈 부릅뜨고 상추를 지켜보았을

수만 년을 건너온 별빛의 푸른 문장文章을 들여다본다.


옥상텃밭에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적당히 자랐을 때 모종을 한 상추를 벌써 네 번째 수확했습니다. 적당히 자란 상추잎을 뜯어 바구니에 담아 놓으니 바구니가 묵직합니다. 문득, 그 작고 가벼운 씨앗에서 여기까지 온 상추의 여정이 궁금해졌습니다. 상추 한 잎에 담긴 생명의 무게를 가늠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평생 나 살자고 남의 생명을 먹었습니다. 다른 생명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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