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사춘기 때는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연애시절에는 애인의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죠.
직장에서도 함께하는 동료들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한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배우자의 성향이나 성격, 환경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맞혀가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합니다.
아침에 작은딸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애시절에 다양한 사람을 가볍게 만나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있어 저는 딸들의 적극적인 연애를 지향하는 편입니다. 아침에 조금은 느슨한 주말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작은딸의 전화가 기분 좋게 합니다.
"엄마, 오늘은 산에 안 가?"
"응. 갑자기 왜?"
"어제 아빠랑 갔다 왔는데. 무슨 일 있어?"
"아~ 그렇구나. 나 지금 광교산 왔거든"
"혼자?"
"아니. 남자 친구랑"
"아~ 잘했네.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데?"
"응. 형제봉 지나서 시루봉쯤 가고 있어"
"산에 왔더니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 오늘은 산에 안 왔나 해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고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작은 딸이 연애를 하면서 산을 다닌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명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그때마다 남자친구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행보를 보면 확실히 함께하는 사람의 영향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고 느끼는 게 참 연애할 때는 잘 모르다가 결혼하고 나면 내가 선택한 배우자는 나랑 왜 그렇게 다를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됩니다. 30년 가까이 살면서 지금은 좋은 거 나쁜 거 서로가 다 맞춰가며 익숙해져 이제는 다르다 할 것도 없지만 신혼 초만 해도 나와 비슷한 취미나 생각 관점 등이 비슷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지요.
같은 성향의 비슷한 점이 많으면 또 더 많이 싸울 수도 있고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사람의 성향이 나와 좀 비슷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남편과 저의 간단한 취향 밸런스 게임을 봐도 확연히 보이는 상반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이 앞, 뒤가 접니다.
바다 산
김치찌개 된장찌개
짬뽕 짜장
소주 맥주
비냉 물냉
작은 딸의 조금은 상기된 밝은 목소리에 전화 통화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 번도 연애하며 산에 오르지 않았던 작은 딸의 변화가 어쩌면 지금 함께하는 남자친구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해 좋은 기운 받으며 산에도 오르고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으니 작은 딸의 연애생활에도 긍정의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좋은 인연도 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 결코 나에게 다 맞춰지는 인연은 없듯이 함께하는 사람의 영향은 크지만 그것도 서로가 얼마만큼 상대를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기도 하겠지요.
무엇이 되었던 함께하는 사람에게 취향은 다를 수 있어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나의 아홉 가지를 바꾸는 일보다 타인의 한 가지를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 상처받지 않고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선 먼저 나를 변화시키되 상대방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고 때로는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