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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 멋진 언니로 산다는 것

by 말상믿


리스펙! 리스펙은 사전적인 의미로 존경, 경의, 존중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명사나 동사다. 쉽게 이야기하면 타인을 존중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얘기하는 단어다. 리스펙!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그러던 내가 리스펙 한다는 말을 듣게 된 것은 운동을 하고부터다. 처음 시작은 미미해도 멋지게 나이들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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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 시청 중 보게 된 지식 인사이드에 40년 동안 운동하는 80세 동안 몸짱 할머니 이야기를 봤다. 할머니라고 소개는 됐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몸매와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면 40년 동안 자신을 위해 운동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저런 분들은 어떤 동기로 운동을 시작하셨을까? 궁금해졌다. 얘기인즉슨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주인공도 35년을 에어로빅을 했는데 어느 날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털썩 주저 않았다고 한다. 진료를 봤는데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다리가 너무 저리고 아팠으나 의사 선생님이 근육이 감소돼서 그런 거니 근력운동을 하라고 추천해서 근력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겁이고 뭐고 절실해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 들은 내용은 꼭 나와 비슷하다. 주인공은 나이 70대에 들은 얘기지만 나는 주인공 보다 더 젊은 나이 47살에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을 다녔다. 평소 허리 통증과 다리 절임증상이 있었어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날 나의 증상을 의사선생님에게 듣고 너무 우울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야속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하셨지만 나는 수술을 하고 싶지 않았다. 딱 1년만 쉬면서 몸 관리를 해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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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에서 본 주인공은 같은 연령대보다 20~30대 정도는 더 젊어 보인다. 근력운동을 시작하고 몸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기면서 '못한다가 아니라 시작할 때가 진짜 시작'이라는 멋진 말을 하신다. 운동을 시작하며 활기를 찾고 나니까 예전에는 겁이 많았는데 겁이 안 난다는 주인공을 보며 나 역시 공감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자신감이 생긴다. 예전에는 생각만 하고 말던 일들을 스스로 하게 되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던 일들도 '뭐 못할 것도 없지'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영상에서 소개한 주인공도 35년을 에어로빅을 하던 사람이다. 나 역시 많은 운동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운동을 했지만 내가 한 운동들이 나의 마음 근력을 키우는 운동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내가 주도적인 입장이 아니라 그저 운동을 따라 하는 사람으로 소극적 운동을 했던 것이다. 운동은 단순히 따라 하는 것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어 지금 무얼 하고 있고 지금 하는 운동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면 몸의 행동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집중을 하게 된다.



뭐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만 하면 된다. 그리고 시작하면 그냥 하면 된다. 운동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면 핑계를 대고 하기가 싫어진다. 그냥 오늘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그 오늘이 365일이 된다. 단연코 나이가 들면 필요한 운동이 근력운동이다.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오십인 지금의 나이에 꼭 필요한 근력운동은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가 되었다.



블로그에 매일 하는 근력운동 3종 세트 동영상을 올렸다. 물론 나만의 기록 인증을 남기기 위해 올린 것이지만 그걸 본 남편과 딸들의 반응도 놀랍다. 가족이어도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운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동영상에서 본 나의 모습이 놀라울 수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진짜 장난 아니다. 엄마 아닌 줄. 진짜 멋져"라는 말을 한다. 성공이다. 나름 평범한 아줌마로 딸들에게 멋지다는 말을 들었으면 성공한 거 아닐까? 딸에게 그것도 다 큰 성인의 자녀에게 중년의 나이에 멋있다는 말을 듣는다는 거 왠지 자존감이 올라간다. 솔직히 이런 반응들이 낯설고 쑥스럽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 이런 반응들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년의 나이 오십이 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약간의 위축이 든다. 누가 평가하는 것도 아닌데 오십에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갖게 된다. 나 역시 자신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자존감을 잃을 때가 많았다. 사회에 일원으로 일을 하고 바쁠 때는 느끼지 못하던 소외감과 허무함. 이른 은퇴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멋지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또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과 자존감이 뿜뿜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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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멋지다. 리스펙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 자존감이 올라가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하지 않던가? 주변의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그런 것처럼 기대가 크고 나에게 원하는 이미지 상이 있으면 나는 그것이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50대 중년 아줌마지만 내가 60이 되는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멋진 언니로 성장해 있는 나를 그린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생각보다 행동이 쉬워진다. "나는 운동을 할 거야"가 아니라 운동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살을 뺄 거야"가 아니라 나는 건강한 사람이 된다. "나는 예뻐질 거야"가 아니라 멋진 사람으로 살게 된다. 자신만의 의지와 결정이 중요함을 느낀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교의 모루치와 마군이 뇌의 수면-각성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신경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학술지 《뇌파검사와 신경 생리학》 창간호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RAS는 뇌의 게이트키퍼의 감각기관으로 입력되는 모든 정보가 RAS를 거쳐서 뇌로 들어간다. 이 관문에서 정보가 걸러진다. 어떤 정보를 보내고 어떤 정보를 걸러낼지 RAS가 결정한다. 결론적으로 RAS는 우리의 인식 내용과 각성 수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RAS에는 일종의 내장형 GPS가 있다. GPS를 이용한 길 안내 장치만 있으면 도시의 길들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있는지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 어디로 갈지만 결정하면 된다. 목적지 데이터를 입력하면 GPS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RAS 작동 방식도 GPS와 판박이다. GPS가 있으면 어디로 가겠다는 것만 알면 될 뿐 거기까지 가는 방법은 알 필요는 없다. RAS도 마찬가지다. 일단 목표와 목적이 수립되면 RAS가 그리로 연결된 것들을 알아서 선별한다. 이런 의미에서 RAS는 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내가 어떤 생각을 품는가에 달렸다. RAS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기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동경하는 대상을 골라내도록 RAS를 설정해야 한다. 일단 RAS에 특정 아이디어나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RAS는 내가 잠을 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목표를 생각할 때도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부단히 작동해서 내가 찾으라고 명령한 것을 정확히 찾아낸다. 우리는 우리 의도대로 RAS를 설정할 수 있다. RAS에 보낼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나 스스로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다.


오십의 나이에 그것도 평범한 주부가 가족들과 지인들 그리고 나를 아는 많은 블로그 이웃들에게 멋지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또 생각한다. 인생이란 성공 잣대의 성과가 크다고 해서 꼭 성공했다 할 수도 없고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선택했고 그만큼 성장했고 멋있게 나이 들고 있다면 그것도 성공이라고.



나를 보고 좋은 자극을 받아 주변에 몇 명의 사람들에게라도 작게나마 동기부여를 주고 작은 시작을 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의미 있는 일이다. 오십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멋진 언니는 내가 그렇게 되기로 맘먹고 하고픈 것들을 실행한 날부터 멋진 언니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멋진 언니로 살고 싶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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