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되고 나의 하루는 무료할 정도로 단순해져 있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면 지금 우리 나이가 그런 나이라는 푸념을 하기도 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여러 가지로 인생의 혼란스러운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다.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대부분 그만두게 되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자녀들의 독립과 아니면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에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하며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로 오는 몸의 고통 등의 이유로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런 마음 사이로 느껴지는 우울과 공허함 허무감 등을 잘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마음의 변화가 찾아오려고 한다.
오십은 나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친구나 사회관계도 복잡하지도 않고 단출하다.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들도 한정적이며 사회에 참여 또한 자동으로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남는 건 시간이다. 이 시간은 나름 인생의 2 막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하고 한 번은 쉬어가라는 의미의 시간으로 느껴진다.
우리의 습관은 매일 자신이 하는 작은 행동들의 반복에 의해 습관으로 굳어진다. 처음 작은 습관 하나는 생각 없이 그냥 하는 나의 행동들이다. 아침 기상 시 알람을 켜고 일어나는 것, 아침에 물 한 잔을 마시는 것,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는 것, 식사 후 바로 양치하는 것..... 이 외에도 우리가 하는 작은 행동들은 무수히 많다. 그것이 나쁜 습관이든 좋은 습관이든 결국 습관이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아침 운동 루틴을 보통 9시에 시작한다. 운동 시간을 정해놓고 하지 않으면 자꾸만 자신과 타협하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정해진 시간에 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이 흐리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인간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 동물이다. 그중 나는 특히 날씨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습관 형성에는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게으른 사람인지, 부지런한 사람인지, 내가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런 계획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나를 알아야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나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어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마음이 동요될 때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침 8시에 날씨를 보아하니 또 운동하기 싫어질 것 같다. 그래서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입었다. 운동복을 입고 안 입고는 마음에 큰 차이가 난다. 보통은 운동복을 갈아입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날씨에 제압당해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며 TV를 보게 되는 일로 연결된다. 하지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어떻게든 마음을 고쳐먹고 운동을 한다는 것을 안다. 타협하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집에서 운동을 해도 운동복을 갖춰 입고하는 것을 좋아한다. 왠지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하면 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마음 역시 달라짐을 느낀다.
그런데 이날은 운동복을 입고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시간은 지나고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싶어 책도 보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는데 운동은 하기 싫었다. 보통 그런 날은 운동을 쉬기도 하지만 이날만큼은 또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입은 운동복인데 오늘은 꼭 하고 말 거야.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남편이 와서 저녁밥을 해야 할 시간인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레깅스에 스포츠브라를 입고 하루 종일 집안일을 보며 거울을 본 순간 혼자 빵 터졌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도 그런 노력을 하는 나 자신이 싫지 않았다. 오후 4시 겨우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하고 깨끗이 씻고 나오니 비로소 오늘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습관을 갖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의도적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도 없다. 나이가 들면 쉽게 바뀌는 습관보다 고질적으로 바뀌기 어려운 습관을 더 많이 갖게 된다. 그동안 나이를 먹고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내 몸 깊숙이 밴 습관들을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생 2 막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 나이에 가장 필요한 것도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이제 건강은 인생 2 막을 살아가는데 필요조건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돼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하게 사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에게 있어 최대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미리 관심을 갖고 건강을 챙기면 좋지만 인간은 늘 지나고 알게 되는 습성이 있어 내 몸에서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을 때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하다가 몸에 문제가 생겨 안 좋은 반응과 신호를 보내면 그때 신경을 쓰며 건강 회복에 온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주 작은 습관들이 모여 중년이 된 우리에게 그 습관으로 인한 질병들을 하나씩 결과로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 2 막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좋은 습관들을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하나씩 늘려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게 매일에 사소한 진전들은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작은 습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은 더 커진다.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 어떻게 행동하고 하루를 살아야 할지 모르는 나이는 아니다.
지금까지는 젊음으로 건강을 자신해 왔다면 앞으로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의 결과의 비교는 어마어마하게 나타날 것이다. 습관은 한순간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에 시간을 들였든 그것은 복리로 증가한다. 좋은 습관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지만 나쁜 습관은 시간을 적으로 만든다. 매일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제 몸소 느끼고 실천해야 할 때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의 버릇 바꾸기 내용 중에 성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습관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버려야 할 자기 파괴적 습관이 있다. 성공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대표적 습관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걸핏하면 정크푸드로 끼니 때우기
문자메시지 안 읽고 씹기.
사람들 이름 잊어버리기.
운동과 담쌓고 살기.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
흡연, 음주, 마약 복용.
약속시간에 항상 늦기.
내게 함부로 하는 사람 참고 살기 등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은
주 3회 운동하기.
약속시간 지키기.
생활계획표, 작업 계획표 짜기
목표 설정.
회답 전화하기.
재정 관리에 힘쓰기.
폭언과 학대 피하기.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추구하기 등이다.
인간 행동의 80퍼센트 이상은 습관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우리가 별생각 없이 무심히 반복하는 행동들도 채워진다. 이는 인간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우리가 매사 사사건건 의식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이를테면 먹고 마시고 씻고 입고 걷고 운동하고 일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신경 쓰며 살아야 한다면, 정신적 압박과 삶의 무게를 도저히 견뎌 낼 수 없다. 우리가 운전하면서도 대화하고 옷을 입으면서 일과를 구상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 습관의 힘 덕분이다.
이 내용 중에서 알 수 있듯이 습관은 그리 대단히 큰 것을 이루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심히 반복하는 행동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듯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의 하루를 좋은 습관으로 채워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