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강원도 여행길에 바닷가에서 혼자 앉아 있는 노인을 보았다. 그분의 뒷모습이 왜 그렇게 쓸쓸해 보였는지. 그 모습을 한참을 보았다. 어둑해진 저녁 무렵 저분은 저기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인데도 여행길 내네 그 모습이 계속 떠오르는 건 왜였을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의 5년 후 10년 후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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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연히 노후에는 부자로 살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부자는 얼마가 있어야 부자인지 나는 얼마를 갖고 싶은지 정확한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세상에서 얘기하는 부자의 기준,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자의 단어만을 알고 부러워했을 뿐이다. 그러나 막상 오십이 되고 보니 부자라는 단어는 이제 먼 나라 얘기로 들린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난 참 잘 살아왔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항상 지금의 자신은 부족하고 이뤄 놓은 것도 없고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는 없다는 생각으로 미래가 걱정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또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또한 몇이나 있겠는가? 그렇다면 돈은 얼마를 벌어야 행복하고 지금 얼마가 있어야 그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봐도 그 한계를 정하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행복을 갖는 기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부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23년 6월 14일 글로벌 이코노믹 기사에 미국 국민이 생각하는 '부자'의 초점이 확 달라졌다는 기사 내용을 봤다. 돈이 많아야 부자라는 오랜 통념이 최근 들어 미국인 사이에서 깨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돈이 많은 것보다 웰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이자 금융자산 운용사로 지난 수십 년간 '부자'라는 주제를 놓고 21~75세 미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연례적으로 추적 조사해 온 찰스 슈와브와 그간의 설문조사 결과와 지난 3월 기준으로 이뤄진 올해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웰빙적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거나 행복한 상태로 웰빙을 돈보다 중시한다는 것은 물질적이거나 경제적으로 부를 축척하는 것보다 진정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부자의 개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부자의 기준이 아닌, 보여지는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부자의 기준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종이 위에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10년 후 나를 생각해 보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 막연히 나는 100억 부자가 될 거야, 내 노후는 부자로 넉넉한 삶을 살 거야 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고 하나씩 글로 써보고 그림으로 그려보니 재미있고 훨씬 현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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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그곳은 산과 강이 있다. 넓은 마당이 있는 30평 정도의 전원주택에 살고 정원에는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좋은 먹거리를 키워 먹을 수 있는 텃밭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나의 소중한 가족과 지인이 오면 부담 없이 묵어갈 수 있는 사랑채가 있다. 이 사랑채는 뜨근하게 허리를 지질 수 있는 온돌방이다. 평소에는 나에 심신을 풀 수 있는 곳으로 이용하고 지인들이 오면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이다. 남편과 함께 살기 좋은 집을 가꾸고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해 먹으며 건강한 노년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10년 후 내 나이 62세 때의 Life다.
현금은 둘이 쓰기에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함은 없다. 매달 연금이 나오니 연금으로 기본적인 것은 해결한다.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차 한 대와 넓은 마당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필요하다면 나에게 매일 건강한 먹거리를 줄 수 있는 닭도 키워보고 싶다. 매일 운동하고 산에 오르고 남편은 강을 좋아하니 강에서 낚시를 하고 지내거나 다른 즐길 거리를 찾을 것이다. 계절마다 좋아하는 예쁜 꽃들을 심고 가꾸고 따먹을 수 있는 과실나무들이 지천이다. 사계절을 자연과 함께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에 오르고 운동을 하며 살고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나의 10년 후의 삶이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 생각보다 꿈이 소소하다는 걸 알게 된다.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보다 구체적으로 그리는 나의 삶이 훨씬 다채롭고 풍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십이 되기 전에 나는 100억 부자를 꿈꿨다. 100억이면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봐도 막상 100억이 생긴 들 내가 그것을 온전히 지키고 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턱없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자신의 그릇만큼 채워지는 법이거늘 자신의 그릇은 키우지 않고 욕심만 키웠던 것이다. 자신을 알고 돈을 알면 욕심을 버리게 된다. 욕심을 부릴 게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먼저다.
10년 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린 구체적인 나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본다.
1. 공기 좋은 자연에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곳
2. 실평 300~500평에 건평 30평 집 한 채
3. 온돌방 사랑채
4. 화장실은 두 개
5. 차고
6. 반려견 2마리
7. 현금
8. 연금
9. 차
그렇다면 지금 집, 부동산 등을 처분하고 나면 얼마가 더 필요한지 계산을 할 수 있다. 생각만 하고 구체화하지 않으면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오십이 되어서야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자신의 꿈은 구체화하고 작게 쪼개 그림을 그리거나 숫자로 표현해 보면 훨씬 더 쉽게 그릴 수 있고 생각 또한 명확해진다. 《퓨처 셀프》에 '명확한 이정표가 앞에 없으면 인간은 말 그대로 원을 그리며 걷는다'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이런 계획들은 살아가면서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도 괜찮다. 이정표 없이 원을 그리며 도는 것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을 알고 수정해 나가면 될 일이다. 미래의 나를 생생히 자세하게 그릴수록 내가 살고 싶은 나로 살게 된다는 것에는 의의가 없다. 그것도 함께 하는 남편의 동의를 얻은 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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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오십에 생각하는 부자다.
풍족하지 않아도 돈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그러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10년 후 내가 그리는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너무 멀고 큰 목표를 생각하며 살 때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행복을 찾는 나를 성장시키는 단어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오늘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짧게 만들고 싶었지만 3가지 모두 다 나에게 힘을 주는 글귀라 줄일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무작정 나는 사회가 인정하는 부자의 기준에 맞춰 살고 싶어 앞만 보고 살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돈의 숫자와 기준만을 생각했다. 물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는 것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오늘을 산다. 오늘도 성장을 꿈꾸며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나의 10년 후가 행복하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신기하게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단어를 계속 쓰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의 10년 후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