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꺼내 입었다.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
벌써 몇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가 내게로 온 지
사연 있는 바람막이 점퍼
내게로 와서도 주인 없는 옷처럼
매번 옷장에 걸려 봄을 기다린다.
동생의 마음이 담긴
그리고 아빠의 바람이 담긴
나의 깊은 애정이 담긴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
그 마음, 바람, 애정 담아
부지런히 입어야 하건만
첫 주인이 아니라 그런가
몇 번 꺼내 입지도 않은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는
입을 때마다 남의 옷 입듯
주인을 찾지 못한다.
몇 해 전 여동생이 아빠를 위해
큰맘 먹고 사드린 바람막이 점퍼.
아빠가 건강하게 입을 생각을 하며
목돈을 들여 사드린 바람막이 점퍼는
아빠가 한번 입으셨을까.
새 옷의 기상 그대로
나에게로 왔다
"은숙아 너 이거 한번 입어봐라."
등치가 왜소한 아빠의 옷은
나에게도 꼭 맞는다.
동생과 함께 입어보고 살 때만 해도
색도 좋고 아빠한테 딱이라 생각하고
주인을 찾아왔지만
못내 아빠는 색이 너무 튀어
용기를 내지 못하고
다시 주인을 찾아 내게로 왔다
디자인도 색깔도
모두 나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동생의 아빠에 대한 마음과
누군가에게 입히길 원하는 아빠의 바람과
아빠에 대한 나의 애정으로
그렇게 내게로 왔다.
동생의 마음을 알기에
아빠의 바람을 알기에
며칠 뒤 나는 아빠에게 맞을
무난하고 튀지 않는 네이비 점퍼를
사서 보내드렸다.
그제야 편하게 입는 아빠
그 사실을 안 여동생의 내심 서운한 표현
낯선 옷을 받아 든 나의 무색함.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는
나에게로 와 세월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사연은 남고
주인은 찾지 못한 낯 섬으로 남는다.
아빠는 이제 조금씩 기억이 희미해지고
동생은 보이지 않으니 잊히겠지만
내게로 온 사연 있는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는
오늘 나와 함께 산행을 나선다.
동생의 마음과
아빠의 바람과
나의 애정이 담긴
아빠의 바람막이 점퍼는
그렇게 나와 몇 번을 함께해야 내 옷이 될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