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중 아주 큰일이 아니어도 순간의 결정이 잘못된 선택임을 바로 느낄 때가 있다.
'아~ 이게 아닌데'
'에구. 그렇게 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드는 날도 있다.
어제의 일이다.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할 일이 없는 나는 한 번씩 버스나 지하철을 타게 되면 헤매게 된다.
집 앞에서 타는 건 정류장이 하나니 괜찮다.
그런데 도착지에서 집에 오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올 때는 헤맬 때가 많다. 버스 승강장은 왜 그렇게 여러 개고 버스 노선은 또 얼마나 많은지.
30대부터 운전을 시작해 내 차를 가지고 다니는 터라 대부분 자차 이용을 한다. 운전은 어디 내놔도 베스트 소리를 듣는 난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나를 보면 바보 같다. 이것도 자주 이용을 하지 않으니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매번 헤맬 때면 스스로 바보 소리가 나온다.
어제 강연을 들으러 수원역을 나갔다.
차를 가지고 갈까 하다가 수원역은 워낙 복잡한 터라 집 앞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많아 걱정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서울을 갈 때면 꼼꼼히 노선을 확인하고 가지만 수원이니까 대충 확인하고 나섰다.
문제는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수원역에서 또 버스를 잘못 탔다. 올 때 노선을 대충 보고 온 터라 휴대폰을 꺼내 다시 집에 가는 버스 노선을 검색하고 버스 승강장을 찾았다.
버스를 탔다.
순간 '어. 이게 아닌데'를 생각하며 두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할 때는 뭐든 꼼꼼하게 알아봐야 하는데 대충 확인하고 타는 게 문제다. 차를 가지고 매번 다니는 길이고 헤맬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실수를 하면 '으이그' 소리가 절로 나온다.
두 정거장을 벗어나 그곳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노선을 보니 생각지도 못한 집 근처 정류장이 보인다.
순간 버스 도착시간을 보니 금방 도착이다. 바로 버스를 탔다. 그런데 아뿔싸.. 버스를 타고 노선을 다시 보니 수원 시내를 거의 경유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코스다.
다시 내릴까 생각하다가 뭐 그냥 한 번에 집 근처까지 가는 거니 그냥 가자는 생각이 들어 창밖을 본다.
차를 운전하면서 다닐 때는 볼 일이 없어 가지 않을 곳을 버스를 타고 누빈다.
여기가 어디지? 수원에서 30년을 살았는데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며 창밖 풍경을 눈에 담았다. 오래된 주택단지는 재건축이 되기도 하고 수원에 살지만 자주 가지 않는 곳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한 곳도 많다.
수원 서둔동에서 수원역을 거쳐 세류동, 권선동, 매탄통, 원천동까지. 물론 그 이후 코스도 길다.
집에서 갈 때는 30분 만에 갔는데 1시간 넘게 걸려 집에 왔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코스가 신기하게도 수원에서 내가 살았던 동네를 모두 거쳐왔다는 것이다.
처음 신혼 때 살았던 세류동은 이제 흔적도 없이 재건축되어 아파트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아이들 어렸을 때 살았던 매탄동, 권선동을 지나 원천동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왔다. 수원에서 살던 집 순례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버스를 타고 그동안 살았던 곳들의 동네를 보며 이런저런 지난날을 회상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걸어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시간은 오래 걸렸어도 평소에는 하기 힘든 경험으로 사색할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꼭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나쁘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났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계획한 대로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되면 좋겠지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계획한 대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당시에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실망도 하고 자책도 하고 마음에 들지도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당시에 안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꼭 나쁜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실수도, 실패도 잘못된 선택도 자신의 경험을 쌓는 일이다. 순간의 결정이 잘못된 선택이더라도 괜찮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