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 아침에 서둘러 마라톤을 뛰고 왔다. 6월에 뛰는 마라톤은 해가 없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제주도 여행 후 며칠 만에 뛰는 마라톤이라 그런지 너무 힘들었다. 여행 중에 많이 먹어 불어난 몸무게와
매일 하던 운동 루틴도 하지 못해 그 결과가 그대로 몸으로 나타난다.
마라톤을 막 뛰기 시작할 때만 해도 해가 나오지 않아서인지 조금씩 바람도 느껴지고 10KM는 무난히 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3KM를 뛰고 나니 다리도 무겁고 내리쬐는 태양에 숨도 턱 끝까지 차오른다. 운동 전 날씨가 흐려 선글라스도 두고 나왔는데 야속하게도 흐린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양은 아침부터 뜨겁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눈이 적신다.
달리면서 연실 닦기도 하고 반팔 티셔츠를 팔뚝까지 걷어올려 부쳐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평소 같으면 최대한 팔목까지 가리려고 했을 텐데 오늘은 그것마저도 거추장스럽다.
곳곳에 피어있던 노란 금낭화는 화사한 자태를 뽐내더니 이제 소리 없이 꽃잎을 감추고 꽃씨가 달렸다.
오늘 마라톤 코스에는 노란 호랑나비가 유독 눈에 띈다. 평소에는 하얀 나비가 더 많았는데 나비도 꽃처럼 시기마다 색이 다른 나비의 선을 보여줘 새롭다.
10KM의 마라톤을 뛰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확실히 마라톤이 유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가서 러닝을 뛰어보면 느낀다.
그냥 봐도 달리기를 싫어할 것 같은 분도 뛰고 한발 한발 걷듯이 뛰는 사람도 많고 반려견과 함께 뛰는 사람. 그룹으로 뛰는 젊은 사람들도 확실히 많아졌다.
위아래 꽃무늬 팬츠를 입고 걷는 할머니. 이 더위에도 긴팔 긴 바지에 자외선 차단 마스크로 온 얼굴까지 가리고 걷는 아주머니. 의상이며 모자며 색깔만 다르지 누가 봐도 친구는 비슷하게 닮아가나 보다 느낄 수 있는 젊은 주부들. 뛰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뛰다 보면 5KM는 무난하게 뛰게 된다.
원천천 변 길에는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많지만 사이클을 타는 사람도 많다.
힘들게 뛰고 있노라면 사이클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쌩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면 잠깐 부러운 마음도 든다.
8KM 미터쯤 달렸을 때 오늘 목표고 뭐고 그만 뛸까 잠깐 생각했다. 다행히 그쯤 오니 벚꽃나무 그늘이 터널을 만들어줘 시원한 바람도 불어 잠깐 멈추려던 마음을 다잡고 뛰었다.
지금의 나의 체력은 10KM를 한 번에 뛸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은 되는 것 같다. 5KM를 뛰기에는 살짝 아쉽고 10KM를 뛰기에는 무난하다. 기록도 6분대로 더 빨라지지도 늦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정해진 목표를 뛴다는 데 의의를 둔다.
단 날씨가 관건이다.
마라톤을 끝내고 집에 와 씻고 앉아 있을 때는 이렇게 시원한 바람으로 쾌적한데 역시 야외에서 뛰어야 하는 마라톤은 더운 여름에는 체력적으로도 힘든 운동이 맞다.
그럼에도 마라톤을 뛰고 오면 기분이 좋다.
흠뻑 젖은 땀에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어떤 운동보다도 리얼하게 느껴진다.
6월 이후에는 아침 일찍 나가서 뛰던지 아니면 저녁 늦게 뛰어야 할 것 같다. 결국 마라톤도 건강을 위해 뛰는 것인데 더위와 싸워가며 체력에 부담을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오늘도 운동하느라 폭싹 속았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