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전어구이는 추억을 부른다

by 말상믿


유독 어떤 음식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음식에는 추억이 있습니다.



SE-be7b9ed3-626a-47c4-b5d8-63f10f7680f9.jpg?type=w773



가을 꽃게와 전어 철이 돌아왔습니다.

주말에 큰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함께 궁평항을 찾았습니다.


집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시댁에서는 가까운 궁평항은

아버님을 뵈러 갈 때마다

한 번씩 모시고 갔던 곳입니다.


그 계절에 먹을 수 있는

각종 회와 해산물을 먹기도 하고

그것들을 포장해 와 시댁에서 먹곤 했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매번 빠지지 않고 먹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전어구이입니다.



SE-52fbaa8e-f7ac-4995-a014-3df28c098749.jpg?type=w773



아버님은 전어회와 구이 모두 좋아하셨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전어 구이를 더 좋아합니다.

음식은 먹어본 사람이 더 찾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 맛을 모르는 사람은 일부러 찾는 일은 없죠.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라며

가시가 많아 꺼려하는 저에게 한번 맛보고

또 달라고 하지 말라시던 아버님이셨습니다.


KakaoTalk_20250915_171018736.jpg?type=w773



궁평항에서 전어를 사 오면

전어 회는 포장하고 구이용으로도 사와

시댁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구워 먹었습니다.


소금에 짭조름하게 간이배

노릇하게 구워진 전어를

한 마리씩 뼈를 발라 먹는 맛은

매년 가을이 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맛이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미식가였습니다.

매번 그 계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으셨고

드실 때마다 맛있게 드셨습니다.

사주는 사람은 먹는 사람이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기 마련입니다.


그 덕분에 결혼하기 전에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고

지금도 그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니

전어구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주말 딸들과 함께 찾은 궁평항에는

이제 아버님과 함께한 추억만 남았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저의 일상에는 종종 아버님이 소환되시곤 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시댁에는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궁평항을 가는 일도 뜸해졌습니다.


그렇게 드나들던 곳인데도

아버님이 안 계시니 갈 일이 없습니다.


"전어구이 보니까 아버님 생각난다"

"아버님이 전어구이 정말 좋아하셨는데"

"시댁 마당에서 구워 먹던 전어구이 정말 맛있었는데 이제 갈 일이 없네."

라며 남편과 딸들에게 얘기하고 나니

전어구이는 어느새 맛과 추억으로 먹게 됩니다.


시아버님이었지만 함께 다니면

늘 보는 사람들은 딸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버님을 저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시어른의 어려움보다는 딸처럼 편하게 생각했고

그런 저를 아버님 역시도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SE-dc151f24-e21d-4060-8c37-3be3d589d95d.jpg?type=w773



음식은 때때로 누군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어떤 음식도 유난히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짜장면', '팥죽' 하면 아빠가 떠오르는 것처럼

'전어'하니 아버님이 떠오릅니다.


주말 딸들과 함께 찾은 궁평항에서

전어구이와 꽃게찜을 먹으니

가을이 진짜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시댁에서 먹었던 숯불에 노릇노릇 구운

고소한 전어구이의 맛은 아니었지만

가을이면 어김없이

전어구이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

이제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음식에는 추억이 깃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음식이 추억을 부르나요?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오십의 태도> 책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