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워요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호숫가 물결
잔잔한 그대의 슬픈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지나온 날의 그리운
그대의 맑은 사랑이 향기로워요
노래 부르면 떠나온 날의 그 추억이
아직도 내 마음을 슬프게 하네
잊을 수 없는 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 이문세 _ 가을이 오면 -
창밖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책상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며 바라봅니다.
어제 내린 비로 대지는 깨끗해지고
날은 흐리지만 더 선명해 보이는 건
제 기분 탓일까요?
아침부터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노래가
계속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가사를 되뇌게 됩니다.
며칠 전 문뜩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
전화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맘때 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친구입니다.
1년에 한 번 전화 통화를 합니다.
그 한 번의 통화에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치 내가 전화 걸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그 친구는 그동안의 자신의 근황을 얘기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는 자주 생각나지 않다가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늘 생각나는 이 친구가
올해도 궁금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걸기 전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친구는 내 전화가 반가울까?
아니면 부담스러울까?
1년에 딱 한 번 전화를 하고
어떤 연락도 하지 않다가
뜬금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그냥 잠재우는 것보다
생각이 났을 때 전화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잠시 후 반갑게 전화를 받는 친구에게
잠깐 서운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반갑게 받을 거면 먼저 전화하는 건 어렵나?
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 내가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끊어질 인간관계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고 나니 옛날 생각이 더 납니다.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벌써 35년이나 된 사이입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것은
제가 매년 전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는 다른 친구와는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통해 동창들의 근황을 묻는 친구입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를 무척이나 챙겨주고
좋아해 주던 친구였습니다.
약간의 집착이 있는 친구여서 그때 당시에는
이 친구가 나를 좋아해 주고 챙겨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고
못되게 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 전
어려운 환경에 있었던 친구라
친정집에서 몇 달을 함께 지내기도 하고
직장을 구한 뒤로는 함께
자취를 했던 친구이기도 합니다.
운 좋게 함께 직장에 들어갔지만
활동적이고 사람 좋아하는 저에 비해
외향적인 것 같지만 자신의 속을 내비치지 않고
소극적이며 한 친구에게 전념하는 친구라
내가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을 함께하고 나는 결혼을 했고
그 친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나는 바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 친구의 결혼식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 후 얼마 동안 연락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어렵게 알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무 반가워하는 친구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니
그때 나에게 그렇게 잘해준 친구에게
못했던 그때가 자꾸 떠오릅니다.
그때 내게 준 친구의 마음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때 그 친구의 마음을 알면서도
못해준 내 마음 때문일까요?
그 후 매년 전화를 겁니다.
신기하게도 자주 생각나지 않은 친구가
가을 찬바람이 불 때면 어김없이 생각이 나서
며칠을 잊히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소원해졌던
지금 이대로 가끔 생각날 때 안부를 묻고
그동안의 근황을 전하며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1년에 한 번 그것도 내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끊어질 친구관계라고 해도
전화하면 반갑게 맞아주고
그 옛날 우리의 지난 추억들을 얘기하며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남편 잘 만나 아들 둘 낳고 잘 키워
그 아들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직장을 이곳 수원에서 가까운 화성에 구하면서
얼마 전 동탄에도 왔었는데 전화를 못 하고
그냥 내려갔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짝 서운한 맘도 들었습니다.
이곳까지 올라와 내 생각을 했는데
연락하기가 선뜻 그래서 못했다는
친구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몇 년 전 친한 언니들과 대전에 놀러 갔다가
대전 사는 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대전 내려왔는데 너 시간 되면 잠깐 저녁에 볼래?"
엄마 문제로 광주 병원에 있어 못 볼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사는 곳에 와서
생각날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연락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시절 나에게 준 친구의 마음보다
못해준 게 미안하고 마음에 남아서인지 모릅니다.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로 남아있는 이 친구가
1년에 한 번 전화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듣고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끊길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그 말이 좋습니다.
그래서 매년 전화를 겁니다.
가을이 오면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시절, 그 노래, 그 친구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추억, 그때의 마음, 아련한 기억들
가을이 오면...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