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마라톤 준비로 어젯밤 21km 마라톤을 뛰어 조금 힘들었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평소 알람을 듣고 5시 30분에 일어나는데 알람을 듣고 잠이 깨긴 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7시 50분까지 누워 있었다. 아마 아빠가 아니었다면 잠을 조금 더 청했을지도 모른다.
아침 아빠 주간보호 등원시간 알림 소리를 듣고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빠의 뜬금없는 소리에 잠이 확 깬다. 지금 상대원 복지관을 찾아가신다며 집에서 나와서 가고 있다고 했다. 경도인지장애로 인지가 흐려지신 아빠는 집을 조금 벗어나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 그것도 다니는 곳은 ㅇㅇ주간보호 센터인데 상대원 복지관을 찾아가신다는 말에 머리가 쭈뼛선다. 아빠도 길을 잃었는지 마침 지나가는 여성분한테 길을 묻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한테 지금 옆에 계신 분 좀 바꿔달라고 하니 바꿔준다.
"아빠가 지금 치매를 앓고 계셔서 길을 가르쳐 주셔도 찾아갈 수가 없어요"
"혹시 출근하시는 길이세요?"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아빠가 다니는 주간보호는 ㅇㅇ노인복지관인데 혹시 그쪽으로 가시는 길이세요?"
"아니면 근처 경찰서가 있으면 경찰서에 안내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행히 여성분이 출근길이긴 하지만 시간이 있어 가는 길에 ㅇㅇ 노인 복지관에 데려다주시겠다고 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금방 부모님 댁 근처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해 아직 출근 전이면 아빠한테 가서 확인 좀 하고 가라는 부탁을 했다.
아침 짧은 시간에 몇 통의 전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아빠와 그 여성분이 집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빠가 여기서부터는 집 가는 방향을 알겠다고 집으로 가신다고 하신다며 다시 여성분이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집 근처 교회 앞인데 거기서부터는 집이 멀지 않고 아빠가 다행히도 아는 길이다. 여성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아빠는 집에 가려고 하는 찰나 5분 전에 주간보호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아빠가 지금 집 근처에서 헤매고 계시니 주변을 살펴보고 아빠를 보시면 픽업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마침 여성분이 아빠와 헤어질 찰나에 차량과 만나 아빠를 픽업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아침 한차례 소동이 끝났다.
시간은 불과 20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걱정만 가득한 20분은 참 길게 느껴진다.
평소에는 별문제 없이 지내시다가 한 번씩 아빠는 돌발행동을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오늘처럼 평소에는 차량 오는 시간까지 잘 기다리고 있다가 차량을 타시는데 무슨 생각이 들어서 한 번씩 돌발행동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아침 알람을 듣고 아빠가 주간보호를 찾아가겠다고 하셔서 집 앞에서 기다리면 오는데 왜 가시냐고 물으니 차량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그냥 찾아간다고 하시는데 참 난감하다.
이런 문제가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쉬면서 컨트롤하면 쉬울 일을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기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엄마는 아빠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직장을 다니시면서 푸시는 것 같다. 그마저도 직장을 그만두시면 우울증이 올까 염려되어 강요하기도 어렵다. 아빠의 상태가 오늘처럼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하시겠지만 지금은 어떤 해결책이 뾰족하지 않아 더 답답하다.
때로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봐도 해결이 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문제가 다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도 많다. 특히 스스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가족이나 부모님의 문제는 더 그러하다. 그것도 늙고 아픈 부모님이면 더 하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지금 상황에 아빠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데 그 희생을 선뜻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엄마라도.
한차례 소동이 끝나고 생각해 보니 아침 그 여성분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출근길이고 길을 물어도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바쁜 시간에 아빠를 모셔다 주겠다고 하신 그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소동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한차례 소동이 끝나고 주간보호에 가 계신 아빠와의 전화 통화에 아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하시다. 이제는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 가시는 아빠가 측은하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다른 건 잊어버려도 자식 마누라 알아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웃는 아빠가 지금만큼이라도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그것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건강하게 살다가 짧은 기간 앓고 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그러려면 자신의 건강과 노후에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부모님의 노후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