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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는 마음과 같다

by 말상믿


글을 쓴다는 것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는 마음과 같다"라는 소설가 김수연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문장을 볼 때만 해도 조금 자극적인 표현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자신의 일상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고 그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은 이 작가의 말처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 어디까지 써야 될지 이런 글을 써도 될지 몇 번씩 고민하면서 쓰게 된다. 이런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안 쓰면 될 일 아닌가"라고.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글 안에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하며 생각 정리를 한다.


예전에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나에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바로 대응하려 했고 나의 마음을 말로 알리려고 흥분했다. 지금도 가끔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흥분되면서 말이 많아진다.


그런 내가 글을 쓰면서 나의 말과 행동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욱하고 화가 많던 성격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다. 글은 그렇게 내 마음을 돌보는 수단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굳이 나 아닌 다른 상대에게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며 글로 마음을 다스릴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써 나를 알아가고 나의 마음을 해결한다고 해서 남의 마음까지 생각해서 글을 쓰기에는 나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글은 같은 글을 읽어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한다. 나의 책 <오십의 태도>를 읽고도 어떤 분은 '너무 공감되고 위로가 되었다. 꼭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라고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저 그런 얘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도 생각도 모두 다르다.


일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늘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누군가 나의 생각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내가 쓴 글에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여전히 글을 쓴다.


매일 일상 글을 쓰다 보면 그날의 나의 기분과 감정, 생각, 일어난 일들에 관한 사소한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읽는 사람보다는 나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기 위한 글일 때가 많다. 글은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솔직한 나의 마음을 쓰게 된다. 누군가가 읽는다는 이유로 글을 포장하거나 덧붙여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고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읽는 사람의 마음이다. 나는 그저 그날그날 나의 마음을 기록하고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할 뿐이다. 내가 쓴 글을 읽고 기분이 나쁘다면 굳이 찾아서 보지 않으면 될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는 일과 같다고 하는 김연수 작가의 글이 오늘은 마음에 참 와닿는다. 누군가 본다는 이유로 내 마음은 썩어가는데 좋은 글로 마음을 포장할 수도 없고 솔직한 나의 마음을 글로 쓰는데 읽는 사람의 기분까지 생각해 글을 쓸 만큼 나의 글솜씨는 훌륭하지 않다.


나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매일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지금의 내가 더 좋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면 나는 단 한 줄도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괴테의 말처럼 이 세상은 평지에서 보는 것과 산의 정상에서 보는 것이 각각 다르다. 서로의 입장이 모두 다르고, 수준에 따라서 보이는 지점도 다 다르다. 거절당할 수도 있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며, 세상에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잔뜩 흐린 하늘이 오늘의 내 마음 같다.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가지 상황들은 늘 생기고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항상 따른다. 내가 글을 쓰든 쓰지 않든 한번 어긋난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다.


어떤 어려움이 주어지면 그 어려움에 무너지기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더욱 성장하는 마음을 갖자. 이번 계기로 나의 글쓰기는 더욱 성장하리라 믿는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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