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렸다. 토요일 아침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은 잔뜩 흐리고 먹구름은 아니지만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회색도시 같다. 세상의 색깔이 희뿌연 회색만 있다면 정말 별로일 것 같다. 건물도 하늘도 모두 회색빛이다. 그나마 땅에 있는 나무는 푸르나 그 역시 흐린 날씨에 푸른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나의 마음도 흐리다. 계절 변화와 날씨 변화에 민감한 나는 이렇게 흐린 날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더욱이 기분이 가라앉는 건 날씨 탓만이 아니다. 며칠 전 쓴 글로 약간의 실랑이가 있는 상태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그 일이 떠오른다. 그나마 지금 집중해야 할 중요한 도전이 있기에 잠깐잠깐 잊혔다가도 또 생각의 틈을 비집고 떠오른다.
내일은 드디어 나주 풀코스 마라톤 대회 날이다. 첫 도전이라 완주가 목표지만 짧은 기간 준비했기에 조금 긴장도 된다. 나주를 내려갈 짐을 아침에 한 번 더 정리해서 가방을 챙겼다. 필요한 준비물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내일 혹시나 뛸 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는지 어떤 옷을 입고 뛸 것인지를 생각해 준비를 하다 보니 더 긴장된다.
풀 마라톤 도전은 처음이다. 하프까지는 크게 준비하지 않고도 무난하게 뛰었는데 이번 풀코스는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이번 마라톤을 위해 틈틈이 연습했다. 올해 2월에 하프를 뛰고 10월에 풀코스를 뛰는 거니 8개월 만에 풀코스를 뛰게 되는 거다. 너무 서둘러 준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 페이스라면 뛰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계획과 목표는 세우면 결전의 날이 온다. 계획을 세우면 세부 목표를 세우게 되고 그 목표를 위해 준비하다 보면 그날이 온다. 그래서 늘 목표는 높이 세우라고 하는 모양이다. 목표가 높으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너무 높은 목표는 수정을 하기도 하고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또 다른 시작할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비교적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자신의 역량은 훨씬 더 많은데 생각이 따라 주질 못한다. "나는 그것을 못하는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 저런 걸 해." , "저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이런 생각이 자신의 역량을 더 낮게 만든다. "할 수 있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야", "해 보지 뭐", " 일단 시작해 보자"라고 마음먹은 사람은 진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믿는 만큼 해내게 된다.
작은 도전이라도 일단 시작해 보고 하다가 안되면 수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이룰 수 있다. 자신의 삶에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다.
무언가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유는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 두려운 것은 맞다. 두렵지 않고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게 될 테니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렵지만 나아가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해 모르지만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좌절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이런 노력을 기울이며 살지 않을까?
가끔은 이런 글을 쓰면서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하고 시작이니 용기니 노력이니 하는 말을 글로 쓸까 생각해 보지만, 나는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런 글을 쓴다.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노력하는 나에게 힘을 내라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나 역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매번 핑계를 대거나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좀 더 전문적인 사람으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생각만 하다 끝날 때가 많다. 무조건 적인 욕심은 내려놓되 나를 위한 성장의 욕심은 계속될 듯하다.
불과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나를 본다. 몇 년 전 같으면 누군가가 나를 문제 삼은 얘기를 하면 득달같이 전화를 걸어 따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일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기가 싫다. 할 것도 많은데 굳이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 일일이 대응할 마음도 없다. 아직도 몇 번씩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떨칠 수는 없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해결될 일이다. 굳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비난이 아니라면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의 마음이 어떻든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운동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작은 일에 흔들리고 화내고 그것들에 신경 쓰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나의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지금이 좋다.
어제 마라톤 준비한다고 수분 로딩을 하면서 이온음료와 물에 레몬즙 2개를 희석해서 마셨는데 그게 문제였을까? 밤에 마시고 잠 들어서 그런지 목이 칼칼하니 따끔 거린다. 뭐든 평소와 달리 과하게 준비하는 것은 늘 탈이 난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평소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해보지 않은 것을 할 때는 늘 과하게 욕심을 부린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도 미리미리 평소에 하자. 당일은 최대한 평소와 같은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뭐든 자신의 성장을 위한 시간은 헛된 시간이 없다. 할 때는 의미도 없고 이런 걸 해서 무슨 변화가 생길까 싶지만 지나고 보면 늘 그 작은 행동이 자신을 성장하게 만든다.
매일의 반복이 나를 만든다. 매일 모닝페이지를 기록하고 매일 블로그에 글 쓰고 매일 책 읽고 매일 운동하는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쌓여 10년 후 지금은 상상하지 못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조금씩 나의 속도에 맞게, 나를 위한 시간은 헛된 시간이 없음을 늘 인식하자.
나는 성장하고 있다.
나는 용기 있게 도전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선한 일을 이룰 것이다.
나는 내일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
나는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건강하고 충분히 지혜롭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