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여유를 부리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더 여유를 부리다 보면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이렇게 부담과 압박이 있지만 또 행동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주말 아침 이곳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가끔 해를 빼꼼하게 보였다 가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가을이 왔지만 여전히 초록의 잎을 띄던 나무들은 이제서야 울긋불긋 자신의 색을 내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은 평소보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읽었던 《마력 체력》이라는 책을 읽고 나의 버킷 리스트였던 철인 3종 경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질수록 지금 이걸 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철인 3종 경기를 해보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써놓을 때는 몰랐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실로 많은 시간과 비용과 선택, 집중을 해야 한다. 물론 여러 운동을 하면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는 필수라는 생각을 했지만 철인 3종 경기처럼 많은 비용이 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철인 3종 경기는 3가지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곱절로 든다. 전용 로드 자전거가 있어야 하고 그 자전거에 맞는 클릿 신발이 있어야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슈트도 장만해야 하고 실전 연습은 필수이기 때문에 연습하려면 이동과 연습 시간도 만만치 않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장비를 사서 해야 하는 철인 3종 경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많은 시간 투자는 필수다.
그러니 지금 이 나이에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보고 싶다고 비용을 들여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하는 비용과 경험비는 아끼지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여러 방법을 찾으면 저렴하게 준비해서 경험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은 굳이 이 나이에 그 비용을 들여 시작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정말 좋아하는 운동이어서 그것을 오랫동안 할 생각이라면 비용과 나이가 무슨 이유가 되겠는가.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운동을 오랫동안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며 한 가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운동 3가지를 다 체험할 수 있는 철인 3종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잘 모른 상태에서 부린 욕심이라고 해야 맞다.
도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지금 나는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지만 몸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워낙 긴 세월 동안 몸에 허리 통증을 느끼고 살았던 나는 과한 운동으로 인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싫다. 그래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매일 조금씩 연습하고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며 꾸준히 준비하고 오늘보다 조금 더 하는 식으로 운동을 해왔다. 그런데 운동은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이번 풀코스 마라톤을 뛰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용기 있게 도전해 '멋지다', '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좋았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운동이 이런 거였나. 이렇게 힘들게 나를 시험해야 하는가. 나를 이기는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아 풀코스 내내 한 번도 걷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또다시 풀코스를 다시 뛰게 될까 생각했을 때는 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풀코스를 뛰고 2주가 지난 지금 나는 또다시 내년 풀코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뛸 때는 두 번 다시 뛰기 싫은 마음이었지만 그 고통이 지나고 나니 또 그 도전에 또 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철인 3종 경기도 관심을 갖고 뛰어들면 나는 나의 열정에 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것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몸이다. 몸이 그것을 받쳐줄 수 있을까? 지금 이 나이에 그런 도전이 맞을까? 젊을 때부터 계속해오던 것도 아니고 오십이 넘은 나이게 이런 걸 한다고 지금 그나마 좋아진 몸과 체력을 믿고 하다가 몸에 무리가 오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많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비용이다. 그 비용을 들여 꾸준히 할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는 뭔가 싶다. 누가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2주 동안 철인 3종 경기에 대해 맛보기 정도만 알아본 지금. 뭐가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많은지. 지금의 나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할 수 있으면 하면 되고 못할 것 같으면 안 하면 된다. 굳이 지금 바로 할 수 없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애쓰는 것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를 살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회가 오는 날이 있을 것이고 억지로 안 되는 일은 안 하면 될 일이다.
일단 수영 강습을 끊었으니 열심히 수영장 다니면서 체력을 키우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마라톤과 자전거를 타는 것이 쉽지 않으니 근력운동과 수영을 하면서 체력을 다지면 될 일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한다고 해도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것 같은데 마음만 앞서 괜히 머리가 복잡하다.
사실 운동은 경기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한 삶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다 보면 글을 쓰는 시간도 책을 읽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은 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 시기가 아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을 하기 위한 체력을 기르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철인 3종 경기는 잠시 마음에서 내려놓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요즘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닌데 몸이 편하지 만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가볍고 좋았는데 지금은 근력운동을 해도 몸이 무겁고 운동하고 난 뒤에도 피곤이 찾아온다. 똑같은 운동량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게 아닌가 보다. 체력이 달리고 불편한 곳이 하나둘 생기는 것 보면 지금의 운동이 내 몸에 과한 것이다. 아니면 갱년기 증상이 오는 지도. 그러니 운동에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운동, 몸이 좋아질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주말 아침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는데 글을 쓰는 동안 정리가 된다. 무엇이 됐든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은 참 좋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