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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생각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

by 말상믿


아침 정해진 시간에 전화기가 울리면

또 무슨 일이 있나 걱정부터 앞선다.


매일 아침 알람을 맞춰놓고

아빠한테 전화를 드린다.

아빠와 아침 인사 겸

주간보호 센터 차량 시간에 맞춰

차량 탑승을 도와드리기 위함이다.


간단히 전화를 끝내고 몇 분 뒤

차량 탑승했다는 문자를 받고서야

나의 아침 일과는 편해진다.


아빠와 방금 전 전화 통화로

차량 탑승하러 나와서

기다리신다는 통화를 했는데

탑승하셨다는 문자 대신 전화가 온다.


차량 도착시간 다 되었으니

어디 가시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는데도

전화가 오는 이유는

아빠가 그곳에 안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안 계시는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순간 '진짜 왜 그러실까' 싶은 생각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빠한테 다시 전화를 걸어

지금 차량 도착했는데 어디 계셔요?

집에 들어가셨어? 하고 물으면

마치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은 것처럼

'어, 그래'라는 짧은 말만 하고

전화기를 끊으신다.


전화기를 끊고 나면 몇 번이고

'진짜 왜 그럴까'

'진짜 왜 그러실까'

반복되는 행동에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든 생각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아빠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에

그럼에도 감사함이 느껴진다.


아빠가 이렇게라도 주간보호를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고

차량 선생님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지만

그럼에도 아빠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딸의 전화를 받고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셨다고 생각하니

'왜 그러실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럼에도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든다.


경도 인재 장애 초기인 아빠는

평소에는 우리가 물어보는 것에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방금 전 말한 것도

뒤돌아 서면 잊어버리고

반복되는 말을 계속하다가도

신기하게 병원에 진료 보러 갈 때면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는

답도 잘하신다.


마치 당신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나 늙는다.

지금 아빠의 어떤 행동이

이해가 안 돼

'왜 저러실까'생각하다가도

그럼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니 짜증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이 맞지 않거나

나와 다른 행동을 하면 쉽게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며 생각한다.


이 말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말이다.


알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아빠가 나의 전화를 받고

집에 들어가는 이유는

화장실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다.

차 오기 전

얼른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

생각하고 들어가시는데

막상 나올 때는 불도 꺼야지

화장실 물도 껐나

변기 물은 잘 내렸나

확인하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그 사이 차량이 도착한다는 생각은

깜박 잊고 있는 것이다.


한 번씩 아침이면

이런 작은 에피소드로

아빠와의 신경전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대로 감사하다.


아빠가 더 나빠지지 않고

지금처럼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왜 그럴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

크게 이해 못 할 일도 없지 않을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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