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날.
겨울이 오는 게 아쉬운지
가을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엄마 김장하는 날이라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일주일 전
집에서 김장을 담은 터라
친정에는 일손을
거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매년 김장하는 날이면
찬바람이 불고 추워
옥상에서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 김장은
푸근하게 했습니다.
예년 같지 않게
미리 김장재료를
준비하시면서
유독 힘들어하시는
엄마가 안쓰러워
며칠 전 잔소리를 했습니다.
"이제 각자 알아서
해 먹으라고 해 엄마"
"허리도 아프고 힘든데
언제까지 해줄 거야"
"엄마도 이제 좀 내려놓으셔"
"그래, 이제 힘들어서 못하겄다"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매년 엄마의 김장은
이렇습니다.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는 못하겠다 하시면서
김장 때가 되면 또
어김없이
김장을 하십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김장을 하면서
엄마는 이모집에 삼촌 집에
그리고 장사로 바빠
못 오는 언니 집에
한 통씩 담아
정을 보냅니다.
옆집 순옥이 아줌마네도
챙겨야 하고
같은 빌라 이웃들도
한 포기 씩 드려야 하고
엄마의 김치는
단순한 김치를 넘어
정과 사랑입니다.
"요즘에 김치 한다고
누가 이웃집에 돌려 엄마."
"아니여.
김장했다고 주면
다들 좋아해"
"일 년에 한 번인데
같이 나눠 먹어야 좋지"
"이모랑 삼촌도
김장했다고 보내주면
얼마나 좋아하는데"
며칠 전까지 힘들어서
이제는 못하겠다는 말은
어디로 갔는지
엄마는 여기저기 보낼 곳도
챙길 곳도 많습니다.
김장을 해서
나눠주는 마음에
힘듦은 잊고
기쁨이 함께합니다.
미리 담아놓은
파김치며,
무 섞박지며 동치미까지
언제 그 많은 걸
담아놓으셨는지
김장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 자식들에게
바리바리 내어주시는
엄마의 김장날은
단순한 김장날이 아닙니다.
김장은 재료 준비가 반인데
여기저기
가격 싼 곳 찾아다니며
미리 장 보고
짐수레로 날으며
재료 준비에 힘썼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그 노고가 느껴집니다.
뭐든 부모님이 계셔서
해주실 때는
감사한 줄 모르고
힘들고 어려우니
그만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게 됩니다.
정작 이런 되풀이가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건재하셔서
이렇게 형제들이
모두 모여 김장을 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위에 친구들만 보더라도
이제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더 이상
김장을 못하신다고 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하실 수 있을 때까지
도와드리는 것이
오히려 자식 된 도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힘들다 하면서도
내어주는 기쁨에
행복해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함께 나누는 정을 배웁니다.
올해 엄마의 김장도
끝났습니다.
엄마 덕분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김장도하고 보쌈에
맛있는 김치도 먹고
아웅다웅
형제 애도 느껴 봅니다.
힘드니까 그만하라는 말도
올해만 하고
그만한다는 말도
엄마의 김장날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쭉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