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물건 정리는 마음 정리와 같다

by 말상믿

새해가 되면 미뤘던 정리를 한 번씩 하게 된다. 나는 주변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면 한 번씩 의도적으로 정리를 한다.


평소에도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 쓸 물건과 버릴 물건을 구분하며 그때그때 정리하지만, 신기한 건 그럼에도 마음먹고 정리해야지 하면 버릴 물건이 항상 있다는 거다.


오늘 정리를 하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어제 발톱 정리를 하다가 잘못 건드려 발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르고 상처에 붙일 밴드를 찾다가 거실 약품 서랍에 유효기간이 지난 약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약품 서랍 정리가 거실장에 수납되어 있는 물건을 전부 꺼내 정리하는 일이 되었다. 거실장에서 시작된 정리수납은 주방까지 이어졌다.


한번 시작한 정리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시작할 때만 해도 거실 서랍장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거실 서랍장에 있던 마스크가 현관 서랍장으로 자리가 옮겨지면서 현관 서랍장을 정리하게 되고 주방에 있던 큰 김치통들이 팬트리로 옮겨지면서 팬트리까지 다시 정리를 하게 된다.


정리는 하지 않으면 할 게 없는 것 같다가도 막상 손을 대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계속 생겨난다.


몇 년 전 정리 수납 전문가 자격증을 땄다. 정리정돈에 관심이 많은 터라 그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써먹을 일이 있을 것 같았다. 한 번씩 집 정리를 할 때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만큼은 아니어도 내 집만큼은 잘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정리수납을 주기적으로 하다 보면 필요 없는 물건은 없는지, 물건의 자리는 적절한지, 동선은 괜찮은지 계속 점검하게 된다.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은 그때그때 버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물건 역시 쉽게 구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건에도 편한 자리가 있다. 사람도 집이 있고 자신의 자리가 있듯이 물건에도 각자의 자리가 필요하다.


물건에 각자 자리가 정해지면 정리는 생각보다 쉬워진다. 정리가 어려운 것은 자리가 없거나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해놓은 자리는 언제든지 더 편한 위치로 더 좋은 장소로 바뀔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리가 정해지고 나면 물건 정리에 대한 고민은 없어진다.


주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쓰기 좋은 자리에 배치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처분하거나 나눔 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정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공간이 넓어진다. 장소가 좁아서 좁은 게 아니라 너무 많은 물건으로 인해 좁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정리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주로 안 입고 안 쓰는 물건들이 떡하니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가 많다.


정작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자주 사용한다는 이유로 자리가 없어 밖에 나와있고 새로 구입한 물건들은 기존의 물건들로 다시 수납장을 사야 하나 고민하다 또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안 입고 안 쓰는 물건들은 별도로 정리하거나 버리고 자주 입고 자주 쓰는 물건들을 가장 찾기 좋고 쓰기 좋은 곳에 배치해 두어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공간은 넓고 편해진다.


정리를 하다 보니 그동안 구입해 놓은 생활용품과 식료품들의 재고도 눈에 들어온다. 지금 집에 있는 물건을 찾는데 자리가 정확하지 않고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마음을 정리하는 일과 같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필요한 물건들로만 채우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 역시 홀가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지금은 안 쓰지만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 쓸 수 있는 물건 같은데 버리기는 아깝지.


이런 마음으로 나 역시 잘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쓰지 않는 물건을 다시 찾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버리지 못하고 보관했던 물건들 역시 다음 정리하는 날까지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나는 정리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청소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리를 하다 보면 청소는 기본으로 따라온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닦게 된다. 정리가 잘 된 물건 주변은 청소도 쉽다.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오전부터 시작된 정리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물론 선택적 공간 정리다. 계획되지 않은 일로 하루의 많은 시간을 썼지만 그럼에도 어떤 행위보다 보람 있는 일이다.


복잡한 공간에는 복잡한 마음이 깃든다고 했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신기한 마법을 부린다.


깨끗한 현관을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필요 없는 물건이 정리되면 삶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옷장에 입을 옷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많은 옷은 매번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실상 일상에 자주 입는 옷은 몇 벌 되지도 않는다. 정작 보관하면서 관리하랴 몇 번 입지도 않은 옷 세탁하랴 입지 못하고 버려지는 옷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건은 많이 가질수록 집착하게 된다. 우리 삶에 많은 물건이 행복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많은 물건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더 많다.


작은 공간 하나라도 정리해 보자. 필요 없는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만 정리해도 좋다. 안 입는 옷 한 벌 버리고 오래된 신발 한 켤레만 정리하자. 작은 정리가 삶에 변화를 준다. 삶이 훨씬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정리를 할 때는 필요 없는 물건을 찾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그와 반대로 필요한 물건 즉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것, 소중한 것,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하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을 찾는 것도 좋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소중하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평소에는 물건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정리를 하게 되면 알게 된다.


어떤 물건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고 가치 있는지를.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했을 뿐인데 마음까지 정돈되는 기분은 그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닐까 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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