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주제 없는 글 - 오늘의 모닝페이지 127일 차

by 말상믿


남편이 집에 없는 날이면 늦은 아침이 시작된다. 어제 회사에 나간 남편이 남은 설계도 더 해야 되고 이곳 수원에 눈발도 세지고 해서 공장에서 자고 온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이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마냥 좋다고 할 수도 없다. 이 큰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애들 한참 어릴 때는 방 2칸에 화장실도 하나밖에 없어 사춘기를 겪던 딸들이 화장실로 다투기도 많이 하고 아침 출근과 등교가 겹치는 시간 때면 언제 나오냐며 큰소리치던 딸들이 불편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화장실도 혼자서 번갈아가며 쓴다. 이걸 호사라고 해야 하나? 집이 넓어 좋은 것도 있지만 딸들이 모두 분가한 넓은 집은 휑한 느낌을 준다.


딸들이 쓰던 방은 이제 가구만 휑하니 남아있다. 가끔 집에 온 딸들이 자고 갈까 싶어 침대와 화장대는 그대로 두었는데 가끔 일이 있어 집에 오는 딸들도 이제는 잠을 자고 가지 않는다. 주말 약속이 있다며 늦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집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굳이 딸들 방에 가구를 두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넘어 집도 이렇게 클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모가 여유 있어 한참 딸들이 클 때 방 하나씩 주고 공부방도 따로 주고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때는 방이 없어 딸들이 작은방에서 함께 지내고 그것도 싫으면 거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던 그때가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의 사람 냄새, 가족의 정, 부대낌이 그립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초고령화로 접어들어 아파트 다른 가구들만 보더라도 가족이 북적거린다는 느낌보다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 집처럼 다른 집들도 그런 비슷한 상황처럼 보인다. 딸들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부모에게서 분가를 못하는 자식들도 많이 있겠지만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이제 많은 가족들이 함께 북적거리며 사는 분위기보다는 소가족 형태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집을 좀 줄여갈까? 남편과 둘이 살기에는 24평 정도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도 그리 넓은 집은 아니지만 딸들과 함께 살던 때를 생각해 보면 난 자리가 쓸쓸하다. 청소하기도 힘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공간에 대한 허무함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집을 매매하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지금 사는 곳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토허제가 적용이 되고 있고 매매 시 대출도 어려워 쉽게 사려는 매수자도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 지역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그러한 것 같다. 그러니 마음 편히 집을 내놓고 이사를 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있는 것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고 마음은 이럴까 저럴까 생각이 많아진다.


그저 관망하며 지켜볼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지금은 없다. 남편 역시 출장이 잦아 혼자 보내는 날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이 많은 시간에 할 일 없이 혼자 있었으면 외로움과 고독과의 싸움에서 계속 졌을 것이다.


그나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 전에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에 흥미를 붙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매일 책 읽고 글 쓰고 운동하고 이 세 가지만 해도 하루가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하루를 온전히 잘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는 나의 우선순위 3가지가 경제적인 여유를 주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운동은 아프지 않고 병원에 가는 비용만 아껴도 경제적인 비용을 아낀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기 전에는 병원에 쓰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그동안 버텨왔던 체력도 무너지고 신체적인 변화로 아픈 곳도 늘어나 병원에 갈 일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하며 지낸다는 것은 경제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건강을 유지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독서와 글쓰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한다. 노안으로 신체적 어려움을 겪지만 그럼에도 많은 시간 독서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글을 쓰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러니 자신을 돌아보고 사색하며 이런저런 할 일이 있는 지금은 혼자 있어도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일 년의 활동도 아직 경제적인 것을 뒷받침해 주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 것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면 나 역시 경제적인 것을 해결하는 삶에 더 충실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은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온전히 나의 삶에 집중하면서 더 느끼는 마음이다.


그러니 주말까지 일하느라 시간을 못내 여행도 자주 못 가는 남편에게 투정은 호사요. 출장으로 장거리 운전이 많은 남편에게 집에 와서 건강 위해 운동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나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에 집중하며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목 없는 글은 쓰다 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런 글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글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삶이 순간순간 기록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는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삶 속에 글이 있고 글 속에 삶이 엿보인다. 매일 제목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글은 어디로 흘러갈지 쓰면서도 알 수가 없다. 지금 마음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만나게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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