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맡은 임무나 의무를 뜻하며 책임감은 이를 느끼는 마음이다. 우리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무책임한 사람은 약속을 어기고 책임을 회피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게 무책임하다고 느꼈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가벼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는 있었어도 그런 경우에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관계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책임하다고 표현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다.
한 달 전의 일이다.
작은 딸의 기분 좋은 목소리다. 뭔가 말하려는 의도를 가득 품고 나의 안부를 묻는 것 같다.
"엄마 뭐 해?"
"책 보고 있지. 왜 무슨 일 있어?"
"다른 게 아니고 한번 봐봐"
짧은 대화를 하다 말고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에는 까만 진돗개처럼 보이는 개 사진이었다.
"뭐야? 얘는?"
"있잖아. 얘 이름은 **이야."
"잠깐 주인이 출장 때문에 돌볼 수가 없어서 임보 맡기로 했어."
"어? 일도 바쁜데 무슨 임보야?"
"당근에 3개월만 임보 해줄 사람 찾는다고 해서 데려왔어."
"매월 임보비도 주고 간식과 사료 다 주기로 하고 데려와서 괜찮아."
"이쁘지 엄마. 애 되게 착하고 말도 잘 들어."
딸의 목소리에 기분 좋음이 가득이다. 갑자기 임보를 자청한 이유는 물어봤자 소용이 없다. 이미 데려온 지 이틀이 지난 상태에서 인사시켜 준다고 보여준 거니 이런저런 얘기로 기분 나쁘게 할 일도 아니고 작은 딸이 알아서 데리고 있겠다고 하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주인이 매일 사진도 보내 달라고 해서 매일 산책하고 사진과 동영상도 보내주고 한 달 동안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주인이 관심이 지대하고 **이 역시 훈련이 잘 되어 있어 한 달 동안 애지중지 보살피며 돌봤고 그러는 사이 딸과도 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 사이 몇 번 집에도 데리고 왔는데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인 것은 맞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후다. 매달 임보비를 주기로 한 약속을 했으니 입금 날짜에 맞춰 연락을 했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해 일주일 후에 주면 안 되겠냐고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약간의 의심은 들었지만 급할 것은 없다 생각해 그러라고 했고 또 일주일이 지나 다시 연락을 했더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문자를 주고받다가 카톡 계정을 지우고 잠수를 탔다는 얘기다.
반려 인구 천만 시대에 집 앞에만 나가도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애견이 아닌 반려견으로 생각하며 키우는 강아지를 종종 텔레비전이나 뉴스에서 타지에 데리고 갔다가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면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또 이번 경우는 뭘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자신의 상황에 의해 잠시 임보를 맡기겠다 하고 타인에게 맡긴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연락이 두절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딸의 얘기를 듣고 정말 화가 났다. 작은 딸 입장도 난감할 것이다. 원래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딸이라 계속 키우기는 부담스럽고 잠시 보는 것은 괜찮겠다 싶어 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생명이 있는 동물을 임보 하겠다고 했으면 그 사람의 신분증이나 계약서는 제대로 받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쉽게 데리고 온 것부터가 잘못된 판단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보면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경찰서에 가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물어도 지금으로서는 딱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계약기간이 3개월이니 그 기간 이후에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유기견 보호 센터에 보내든지 주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연락처만 가지고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집 주소를 가르쳐 주거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물 병원에도 의뢰해 보니 칩이 있긴 하나 고소장이 접수된 뒤 경찰이 수사를 할 때나 인적 사항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약속한 기간 동안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얘기만 들어도 답답한 상황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니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애초에 거래를 할 때 정확한 인적 사항이며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했다면 저런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 달 만에 카카오톡 계정을 끊고 잠수를 탈 정도면 애초부터 작정을 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든다.
어찌 됐든 지금은 약속한 기간을 기다려보기로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얘기다. 반려견 천만 시대여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면서 제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키울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제도 **이를 데려와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갔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벌써 두 번째 주인이 바뀌고 이번에도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행인 것은 **이가 너무 착하고 마치 우리가 **이의 첫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을 잘 따른다는 것이다.
남편 공장 뒤 야산에도 누군가가 키우다 버린 유기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한때는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사랑받았을 아이들일 것이다. 지금은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피해 다니거나 아니면 공격성을 가지고 덤비려고 하는 들개가 되어 간다. 무책임한 사람들의 행동으로 웃지 못할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역시 주인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또다시 기로에 서 있다. 물론 작은 딸은 연락이 계속 두절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고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이를 그냥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비 양심적인 무책임한 행동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과가 기분 좋지 만은 않다. 바람이라면 주인이 다시 연락이 되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