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혼자 집을 나선다. 조금은 나태해지기 쉬운 주말.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다. 물론 주말은 주말답게 해이해지거나 나태해져도 상관없다. 자신이 그래도 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아침에 할 일 없이 2시간 텔레비전을 보다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라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하루가 너무 지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러닝복을 챙겨 입고 한 달 전에 구입한 러닝 백을 맺다. 겨울이라 러닝 귀마개부터 장갑까지 끼고 이어폰을 장착하고서야 나갈 준비가 완성된다.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집 근처 야산인 여우길로 향했다. 여우길에는 부부동반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벼운 둘레길 산행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보인다. 그동안 오지 않았던 여우길은 많은 변화를 하는 중이다. 산책길이 황톳길로 바뀌고 있고 군데군데 보수 중이며 길은 더 넓어졌다. 요즘엔 혼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오늘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우길 10km 러닝을 뛰고 왔다. 오랜만에 둘레길 러닝이라 숨이 턱 끝까지 차고 여자 혼자 그것도 숨을 헉헉대면서 뛰는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다 쳐다본다. 광교 호수공원이나 원천천에는 러닝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자 우길은 러닝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코스라 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전 같으면 그런 눈길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내가 좋다.
혼자서 어떤 것을 해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자존감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운동을 하고부터는 타인의 시선이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특히 어떤 운동보다 러닝을 뛸 때 더 느낀다. 오늘 목표한 킬로수를 다 뛰고 나면 왠지 모를 성취감이 있고 힘은 들지만 온몸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낄 때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여우길을 뛰면서 생각했다. 나를 계속 뛰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뛰려고 하는 걸까?
사실 고백하지만 작년 나주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날,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뛰려고 하는 걸까? 앞으로 이 힘든 풀코스 마라톤은 그만 뛰자 생각했었다. 꼭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운동도 많고 첫 도전에 완주의 목표를 달성하고도 성취감보다는 고단함과 약간의 허탈감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은 너무 힘들어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삶의 고단함이 먼저 느껴졌던 것 같다. 뛰면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고 행복해 보였다. 저들은 저렇게 여유롭고 평화로운데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나 그런 생각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날에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다. 힘든 경험을 통해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땀 흘려 뛰는 날이면 그날이 떠오른다.
한 발 한 발 멈추지 않고 뛰면서 느꼈던 힘듦, 감정,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끝까지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떠오른다. 다시 도전하면 더 즐겁게 즐기면서 성취감을 맛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자존감을 준다. 자신을 신뢰하고 어떤 것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그리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신념을 준다.
살다 보면 자존감을 잃을 때도 있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불안감, 노력에 비해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일들로 인한 상처를 받을 때면 자존감은 바닥을 치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 자존감도 함께 성숙해질 것 같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단단하지도 않다. 늘 흔들리고 자신을 갈고닦지 않으면 자존감 역시 쉽게 무너지기 쉽다.
이런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으로 나는 운동을 한다. 운동 중에서도 러닝은 자존감을 찾기에 최고다. 힘든 마음도 계속 뛰다 보면 사라지고 뛰고 있는 나를 좋아하게 된다. 땀으로 흠뻑 젖은 뒤에 오는 상쾌함이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지금 이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감을 준다. 때때로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이유로 우울감이 오는 날에도 운동은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패배감이 들 때도 운동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자신만의 자존감을 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 자신만의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타인의 평가와 관계없이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처럼 관계가 소원해지고 개인의 삶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대에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필수다. 그리고 그런 마음과 자존감도 훈련을 통해 단단해진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