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니돈내산 독박투어'를 보게 되었다. 개그맨들이 게임과 벌칙을 통해 여행 경비를 정하는 게 재미있어 가볍게 한 번씩 보는 프로그램이다.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어 여행 에피소드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두리안을 구매해 먹는 장면을 보았다.
두리안은 냄새가 강하고 맛이 특이해 호불호가 갈린다. 독박 투어에 함께한 멤버들도 진짜 맛있다며 두리안에 애정을 드러내는 김준호가 있는가 하면 그 외 멤버들은 냄새에 당황해 먹지 못하는 멤버가 있다.
잠깐 텔레비전을 보면서 남편에게 "여보 나도 두리안 먹고 싶어"라고 했더니 "그래.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두리안을 검색하더니 바로 배달을 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여행 중에 나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집에서 그것도 바로 배달로 받아먹을 수 있는 세상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것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그리고 여행 중 부담 없이 먹기 좋은 것도 그 나라의 과일이다. 특히 동남아 여행을 가면 빠질 수 없는 망고며 망고스틴 등 달달한 과일이 좋아 여행 첫날부터 오는 날까지 질릴 때까지 먹고 온다. 대개는 그 나라의 과일이라 싼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데 두리안만큼은 가격이 후덜덜해서 양껏 먹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다.
남편은 여러 나라 출장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여행 중 음식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 일부러 그 나라 음식을 먹는 것이 여행이라며 여행 가기 전 고추장이며 라면 같은 것을 챙겨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번은 남편과 함께 태국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동남아 여행 중에 먹었던 두리안이 먹고 싶어 남편에게 두리안을 먹자고 제안했다. 두리안을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남편한테 맛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남편의 반응도 궁금했다.
두리안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것 중 하나다. 이것저것 잘 먹는 남편도 두리안의 꾸리 한 냄새가 싫었는지 나의 제안에 한 두입 먹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다. 그 덕에 많은 두리안을 혼자서 다 먹게 되어 태국 여행에서는 원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까지 먹었던 두리안 중에 맛이 가장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두리안의 맛이 가끔 생각 난다. 이렇게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면 두리안을 먹고 싶어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여행 안 가도 먹을 수 있어 하면서 한번은 두리안을 통째로 배달시켜 준 적이 있었다.
얼마나 두리안의 꾸리 한 냄새가 강했던지 배달 온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현관 앞이며 온 집 안에 냄새가 진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냄새를 감당하고도 먹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던지라 생 두리안을 배달 받아 손질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그게 뭐가 그렇게 맛있냐는 표정을 하며 '자기도 먹을래'라는 나의 말에 '그냥 당신 다 드세요'라며 멋쩍어 했었다.
이번에는 지난번 손질로 힘들어하는 것도 그렇고 방송 보고 바로 먹고 싶다고 해서 그런지 손질해 놓은 두리안을 배달시켜 준 것이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두리안은 노르스름한 빛깔에 겉보다는 속이 촉촉하고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쌉싸름한 맛도 있고 매우 강한 향을 풍긴다. 한 쪽을 먹었는데도 집에서 나는 냄새 역시 오래 남고 입에도 그 맛과 향이 오래 남는다.
남편 덕에 먹고 싶은 두리안을 먹게 돼 좋고 여행 가서 먹었던 맛을 집에서 맛볼 수 있는 세상이라 좋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 가서 먹었던 맛이 더 좋았다고 느끼는 건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맛과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 꼭 들르는 야시장에서의 특별한 재미와 현지에서 먹는 잘 익은 과일의 맛을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동남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먹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배달까지 시켜준 남편의 마음이 고맙다.
두리안이 딱 어떤 맛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데 비해 한번 맛본 두리안은 두고두고 찾게 되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과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