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추위가 매섭다. 올겨울은 유독 눈을 보기 어렵다. 내가 사는 이곳 수원은 눈 소식이 있는 날 가끔 눈발이 휘날리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 금방 녹아 눈이 왔다고 할 수도 없을 만큼의 눈이다.
어젯밤 남편이 좋아하는 TV 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남편이 또 찾아서 보길래 "당신은 볼게 그것밖에 없어?"라고 하다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산 풍경에 나도 모르게 매료되었다. 남편 옆에 앉아 함께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 내며 "와! 너무 이쁘다. 내가 바라는 눈이 저런 건데. 와 어떻게. 진짜 저런 풍경 보며 살면 행복하겠다."라는 혼잣말에 남편이 듣고 있다가 "그래. 그럼 내가 미리 가서 집 지어 놀게 저런데 가서 살까?"라고 툭 던진 한마디에 힐끗 눈으로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보내며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TV를 보면서 생각했다.
진짜 저런 오지 숲에서 살 수 있을까? 하루 이틀 잠깐 힐링 삼아 보는 것은 좋은데 그게 진짜 생활이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보통 자연인에 나오는 분들은 모두 지금의 산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하는데 영상을 보다 보면 그 이면에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떤 각오로 저런 산에 들어가 혼자 살 생각을 할까? 문득 그런 의구심이 든다.
나는 시골 태생이라 그런지 시골 풍경이 낯설거나 힘들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산이 좋은 것도 맞다. 가끔 자연인을 보면서 어떤 이유로 산에 가서 산다면 나는 살아도 남편은 못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남편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가 순수해서 좋다며 로망인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인지 저녁식사 후 의례 시청하는 것을 보면서 이곳 도시에서의 생활이 각박해서 저런 프로를 보면서 힐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보통의 마음으로 그런 오지에서 산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자연에서 추위만큼 힘든 것도 없고 눈 역시 그저 보는 것은 환상이지만, 그 오지에 눈이 내리면 손발이 다 묶이고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꼭 오지 까지는 아니어도 한적한 시골, 공기 좋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 가끔은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내가 사는 이곳 수원에는 올해 눈이 2번 정도 그것도 살짝 흩날리고 끝이 났다. 아직 겨울이 끝난 건 아니지만 왠지 1월의 중순을 넘어 말일을 향하고 있어서 인지 이대로 겨울이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맹추위가 아닌 함박눈이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창밖은 건조하고 메마른 추위에 맑은 기운만 느껴질 뿐이다.
하얀 설경이 너무 예뻐 어제는 TV 화면 속 영상을 보면서 눈 내린 설경을 회상했다. 몇 년 전 한라산 영실코스를 등반할 때 보았던 그 설경을 다시 회상하니 지금이라도 한라산 등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설원에서 왈츠를 추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난다. 똑같은 눈도 산이나 자연에서 함께하면 동심이 되지만 도시에서의 눈은 그런 동심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올해는 뉴스에서도 한라산이나 덕유산 눈 꽃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한 것 같다.
작년 북해도 삿포로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도로에 1m가 넘는 눈이 내려 여행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한라산에서 느꼈던 그 설경이 아닌 재난 수준처럼 느껴졌던 북해도 삿포로 여행의 눈은 아름답다기보다는 걱정만 한가득이었던 기억이 난다. 눈도 어디에서 만끽하느냐에 따라 그 감성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올겨울이 가기 전 어디로든 눈꽃 여행을 다녀와야 겨울이 아쉽지 않을 듯하다. 아니면 이곳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람이다. 겨울이 겨울 다우려면 춥기만 하지 말고 눈이 좀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도시에서의 눈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겠지만 그럼에도 눈이 보고 싶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