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느 추운 봄날...
일주일치 긴장감과 지침을 방바닥에 묻어 놓고
어그적 어그적 누룽지처럼 눌려 붙이며 오로지 나를 위한 게으른 위안을 삼다가 호출당한다.
마당도 없이 출구 하나의
우리가 사는 좁은 아파트 안에는 네 개의 세상이 존재하고
확고한 본인의 세상을 갖은 큰 녀석은
본인도 모르는 무엇인가의 충족 치를 요구하며 재촉하기 시작한다.
나의 누룽지 같은 휴일 세계는
지진 같은 진동을 시작하며 균열이 생기고 심장을 쪼그라트리는 애를 쓰기 시작하다가...
목까지 올라온 마그마 같은 바른 소리를 다시 삼켜내지 못하고 용암처럼 분출이 되어
네 개의 세상을 흔들어 버린다.
분출의 시간은 길지 않지만
과정에서 나온 아이와 나의 쇄설물은 또다시 서로를 찔러 버리며 깊은 흔적을 남긴다.
중간고사가 코 앞인 녀석 몸보신은 시켜주지 못하고 이게 무슨 짓인지 자괴감을 한가득 안고
스스로를 괴롭히면...
몫을 나누어 감당해야 할 어떤 존재는
위성처럼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관전하다가 불편하지 않은 곳으로 궤도를 이탈해 버리고.
그 모든 과정을 태양처럼 묵묵히 바라만 보는 작은 녀석의 존재와 함께
나의 미숙한 분출은 주말 오전을 엉망으로 만들며 흘러내린다.
여진이 지나가고 잠잠해지니 허기가 몰려오고
태양 같은 작은 녀석과 짜장라면을 끓여 먹으며 자초지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억 속에 있는지 조차 몰랐던 까마득 한 어린 시절이 스르르 소환되었다.
부부싸움을 할 때면 삶이 버거운 엄마는
나만 없어지면 돼!! 난 멀리멀리 가버릴 거야!! 아무도 찾지 마!!라고 말씀하셨고
영문도 제대로 파악 못한 저 편 세계의 어린 태양이던 나는
"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매달리며 눈물 콧물 흘리며 손바닥을 비빈다.
아차!! 싶은 그 순간이 지금과 오버랩된다.
힘이 들고, 버겁고, 서러운 인생인데....
나누거나 피하거나 돌아가고 싶은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하고 오롯이 감당하는 무식하게 강인한 나는.....
아직도 눈물 콧물 흘리며 손바닥을 비비는 아이로 남아 존재하기에...
내 안의 불안에 대한 보상 같은 버거운 존립이
미숙한 내 아이에게는 당연으로 인식된 것이 아닌지...
그래서 내 아이에게 반대의 결핍으로 감사를 잊게 만든 것은 아닌지...
그토록 비빌 언덕을 갈망하면서...
왜 내 아이에게는 비빌 언덕이 되어 주지 못하는지...
봄이 온 지가 언제인데...
가족이란 끈끈함은 잃어버린 채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삶으로..
얼어붙은 개울 아래 흐르는 물처럼....
우리 가족의 봄은
각자 버거운 존립 중인 네 개의 세상이....
어떤 계기를 통해 하나가 될 때.. 다시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