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질 그릇

by 허화

봄 눈처럼
맥없이 녹아내리는 날

여름 태양 같은 뜨거운 열기에

소진을 겪는 어떤 날에

가을 햇살 같이
찰나가 풍요로운 날

한겨울 마른 낙엽처럼
영혼이 바스락거리는 날에도

오늘을 빚고 사는
도공 같은 나의 생은

수없이 삼켜낸
내면의 눈물에

무너진 마음을
주섬주섬 긁어 반죽하고

갈라진 틈에서 풍기는
마른 나뭇잎 향 유약을 발라

질 그릇 같은 시간을 구워
또 한 장 등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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