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나는 출근이라도 하지. 밖에는 거의 나가지 못하고 종일 집안에 계시는 엄마. 딱히 좋아하는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도 없으신데 우울증 걸릴까 무섭다. 뭐라도 돌볼 거리가 있으면 좀 나을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슬쩍 말을 꺼냈더랬다.
“엄마, 새싹보리랑, 콩나물 키우는 키트도 파네. 나 어릴 때 이런 거 못해봤어! 몸에 좋다는데 집에서 키워봐요~”
“그러던지…”
괜한 핑계를 대며 엄마에게 새싹보리와 콩나물을 키울 수 있는 새싹 키우기 세트를 사드렸다. 인터넷에서 몇천 원 안 하는 손바닥 두 개 정도 합친 플라스틱 그릇에서, 새싹보리와 콩나물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종종 식탁 위에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날 위해 엄마는 열심히 물을 주셨다. 하지만, 엄마 양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콩나물 키우려면 나뭇가지 굵은 게 필요한데…”
“여기서도 잘 크는데?”
“그릇이 좁아 그런가, 콩나물이 너무 가늘어. 좀 굵은 나무 위에 그릇 큰 거 놓고 물 주면 쑥쑥 클 텐데.”
그 뒤로 엄마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찾으시더니 결국 굵직한 녀석을 찾아다가 받침대 삼고 집에 있던 도기를 얹어 그럴싸한 콩나물시루를 만드셨다. 물만 주는데 콩나물은 정말 쑥쑥 자란다. 이렇게 엄마의 소일거리를 하나 만들어드렸다. 하루는 학교옆자리 샘 아가들이 집에만 있어 심심해한다길래, 콩나물 키트를 소개하며 자라고 있는 콩나물 사진을 보여드렸다. 잠시 고민하던 짝꿍 샘은 아무래도 콩나물은 자기 일이 될 것 같아 싫다고 하신다. 대신 자기 집에는 식충 식물과 벌레 키우는 게 있다고, 아들들은 그 정도는 되어야 만족을 한단다. 파티션 너머로 우리 대화를 들은 건너편 샘도 아들 키우는 집에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키트는 기본이라신다. 음… 엄마는 벌레는 싫어하셔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