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해바라기
언젠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갔던 왕송호수. 집에서 멀지 않고 맨날 산책하던 길만 가는 것이 지겨워질 무렵, 엄마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좀 멀리 가볼까?”
“멀리, 어디?”
“의왕 쪽에 있는 큰 호수 공원. 전에 샘들이랑 가봤는데 좋더라고요.”
“힘들지 않겠어?”
“에이, 그래봤자 차로 2-30분이에요.”
엄마의 최종 대답은 물론 YES.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도착해서는 사진 삼매경. 이렇게 어딘가 갈 때마다 사진을 하도 찍어대니 늘 그만해~라고 하시지만 시키는 건 다 해주시는 엄마다. 이번에도 코스모스 길, 기차 앞, 호숫가 멈추는 곳마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엄마 여기 해바라기밭에서 한 장 찍자.”
“또? 그만하지.”
“아니 올해 해바라기 처음 본 거 아닌가? 찍을게, 하나, 둘, 셋!”
역시 엄마는 카메라를 보며 방긋 웃어주셨다. 사진을 찍다 보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레일바이크를 타면 천천히 호수 둘레를 다 구경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바이크 페달 구르기는 무리일 것 같고, 나 혼자 한 바퀴 돌자니 허벅지 터지는 거 아닌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중간에 포기 구간이 있지만, 기왕 탈 거면 한 바퀴 완주해야 되는데…
“엄마, 레일바이크 탈까?”
“그런 것도 있어?”
“페달 밟을 수 있겠어요? 코스가 꽤 긴데.”
“힘들면 못하지. 근데 이제 좀 춥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고민을 이어가다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춥다는 엄마의 한마디에 ‘엄마 추울까 봐 포기!’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레일바이크는 패스하기로 결정했다. 워낙 한여름에도 춥다 하시는 엄마라 늘 찬바람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고^^ 살짝 춥긴 했지만 평소와는 다른 산책 코스에 웃으며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해질녘까지 있으니 주차장 입구에 예쁘게 전등도 들어온다. 기분 좋게 나오는 길까지 사진을 찍고,
“여기 괜찮지? 넓어서 북적이는 느낌도 없고.. 담에 또 와요~”
하며 귀가.(좀 따뜻할 때, 기운 빠지기 전에 일찍 와서 레일바이크 타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책을 쓰고 있는 아직까지 레일바이크는 못 타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