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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0. 2022

겨울03 - 햇살 좋은 날

햇살 좋은 날

겨울03

햇살 좋은 날   

  

  이제 점심 먹고 신갈천을 산책하는 것이 당연한 일과가 됐다. 옷을 잔뜩 벗겨 입고 나가 걷다 보면 땀이 나고, 하나씩 겉옷을 벗게 된다. 늘 쌩쌩 불어오던 찬바람도 좀 잦아들어 이젠 모자를 뒤집어쓰지 않아도 걸을 만하다. 여느 날과 똑같은 그런 오후. 길을 걷다가 하천 배수관 구멍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다!”

“어디?” 엄마는 처음에 녀석을 찾지 못했다.

“저기 저 배관 속에요.”

“그러네. 저 녀석도 햇볕을 쬐러 나온 모양이다.”     

  살아 있는 고양이, 강아지가 다가오는 걸 무서워하는 엄마는 녀석이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그 앞을 지나 선다. 보통은 그 지점에서 조금 더 걷다가 되돌아오는데, 이날은 볕이 따뜻한 느낌이어서였을까 더 멀리 걸어가 보기로 했다. 중간에 햇빛에 달궈진 바위를 찾아 앉아 잠시 다리를 쉬어줬다.     

“답답한데 양말 벗어봐. 발이 시원해.”

“안 춥겠어요?”

“햇볕 따뜻한데 뭘.”     


  한여름에도 집안에서 발이 시리다고 하시는 엄마인데, 날이 따뜻하긴 했나 보다. 그래, 기왕 쉬는 거 비타민D 합성이나 좀 하자 싶어 양말을 벗고, 운동화 위에 발을 올렸다. 꼼지락꼼지락 햇살이 간지럽다. 10여 분쯤 쉬었다가 하천 쪽으로 걸음을 이어갔다. 생각 없이 걷는데 갑자기 물 튀기는 소리가 난다. 첨벙!


“뭐지?”

“엄마, 저기!”   

  

  소리 난 쪽을 돌아보니 동그랗게 파문이 일고 있다. 잠시 후에 근처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오른다. 겨우내 잠들었던 녀석들이 좀 따뜻해지니 깨어나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런 모습은 또 처음인지라 잠시 그곳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물고기를 관찰했다. (엄마는 이렇게 산책하며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거동이 좀 불편하신 엄마 친구분께 종종 보내드리곤 하신다.) 고양이가 여유롭게 나른한 햇살을 즐기고, 잠깐이나마 엄마랑 내가 맨발을 내놓고 햇볕을 쬘 수 있고, 얼었던 강물이 녹아 흐르고, 잠들었던 물고기가 기지개를 켜는 것을 보니 곧 봄이 올 모양이다. 새봄에는 코로나도 좀 찾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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