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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1. 2022

두번째 봄02 -바다 나들이

바다 나들이

바다 나들이


  역시 학기를 시작하고 나면 정신이 없다. 새 차를 사고, 열심히 캠핑 준비도 하고, 언제든 떠나겠다며 트렁크에 이것저것 실어 두고 다녔지만 멀리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 한 여행 동호회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가끔 여기저기 찾아볼 뿐. 그러다 정말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무렵에 본격적인 게시물 검색을 시작했다.

‘서해보다는 동해가 좋은데, 동해를 가려면 역시 운전을 좀 길게 해야겠지? 잠도 자고 와야 되나.. 아, 코로나 땜에 숙박은 좀 그렇다. 그러면 1시간 내외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안 가봤던 장소가 어디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터넷 카페의 여행 후기들을 열심히 뒤적이다 벌천포라는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다.

    ‘어어어어- 여기 괜찮네. 작은 해안이라 주말에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데. 언제 가는 게 좋지? 내일? 다음 주?’     

갈까 말까를 고민하며 몇 시간을 그 장소를 검색하다 밤이 깊어졌다.

‘아, 몰라. 자고 일어나서 날씨 좋으면 가지 뭐.’

  아침에 창밖을 보니 날씨 양호!     


“엄마, 바다 보러 가자~ 근데 차 댈 데 없으면 그냥 돌아올지도 몰라요.”

“그래, 드라이브 좋지.”     


  옷가지 몇 개랑 먹을 것 약간, 간단한 짐을 챙겨 출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고, 특히 도착 10여 분 전 굽이굽이 지나는 산길 그 길목 자체가 힐링이다.     


“어머, 이 동네 조용하고 차도 별로 없고 너무 좋다. 나무가 많아서 어딜 봐도 초록색이네.”

“뚜껑 열어봐요. 여기 공기 깨끗해서 괜찮겠어.”     


  새 차를 사면서 선루프를 옵션으로 넣은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 사실 동네에서는 공기가 탁해서 잘 못 열고 다니는데 사방이 푸른 숲인데다 차도 별로 없어서 선루프를 열고 상쾌한 기분을 만끽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도착하니 생각보다 해변이 좁은데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야 좋을지 이리저리 차를 끌고 움직이다 한적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평상에 있어서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간단한 식사를 해 먹고, 음악 듣다가 그림도 좀 그리고, 책 읽다가 차 안에서 잠시 졸기도 하고. 그렇게 해 질 무렵까지 바다를 구경했다. 일찍 나올까 하다가 점심도 늦게 먹었겠다 기왕 늦어진 거 일몰까지 구경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여기 너무 좋다. 평일에 또 오면 좋겠네.”

“그래요, 다음번엔 여름에 평일에 와서 바닷가에 발도 담그고, 좀 더 편안하게 놀고 가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출발. 들어갈 때 그렇게 예쁘던 산길이 어두워 조금 무섭긴 했지만 잘 빠져나왔고,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간단한 먹거리 포장해서 저녁도 해결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처음 가보는 장소, 특별한 계획 없이 떠난 당일치기 여행이었는데 꽤나 만족스러웠던 하루. 시원한 바람, 바다 냄새, 차 속이지만 오롯이 내 공간에서의 휴식과 일몰까지. 이래서 차박, 차박 하는가 보다. 유행할 만하다 싶었다. 일상에 지쳐 있던 나에게 잠시 숨 쉴 구멍을 마련해 준 시간. 엄마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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