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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1. 2022

두번째 여름 01 - 주차장 캠핑

주차장 캠핑

주차장 캠핑     


  애고 어른이고 학교에서 속 터지는 일이 가득해서 점점 출근하기가 싫어진다. 생각다 못해 출근 준비 시간이라도 줄여보고자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려 했는데, 집 앞 1인 헤어샵에서는 예약을 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예약해놓고 한 달을 기다려도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아 얼마 전에 결국 몇 년간 기르던 머리를 잘랐다. 머리 감는 시간은 줄었지만, 다른 생각을 해 보려 하기도 하고, 주어진 일에 집중해보려 해도 잘 안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염에 시달리다 링거를 맞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체력이 바닥나서 또 몸이 힘들어진다. 계속되는 업무 중 짜증 지수는 높아지면 높아졌지, 줄고 있지 않으니까. 이렇게 되면 생기는 참 안 좋은 습관… 일을 미루게 된다.      


“하… 저거 오늘은 해야 하는데.”

“주말인데도 할 일이 많아?”

“응, 이번 주말에는 끝내야 할 것들이 많네요.”

“엄마, 우리 나가자.”

“할 거 많다면서.”

“나가서 하지 뭐. 집에 있으려니 답답해. 캠핑 의자 꺼내 놓고 난 일할 테니까 엄마도 책 읽을 거 있음 챙겨요. 그냥 노래 들으셔도 되고.”     


  고민을 거듭하다 며칠째 싸 들고 집과 학교를 왔다 갔다 하던 학교 일을 싸 들고 공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람 없는 구석에 캠핑 의자를 펼치고 집중을 시도해 본다. 다행히 집에서보다 일이 잘 진행된다. 엄마도 집에 계신 것보다는 가까운 공원이라도 바깥바람 쐬는 게 나았던 것 같고. 나 일하는 동안 엄마는 책도 보시고, 앉아있기 힘들면 차에 들어가 허리 펴고 잠시 낮잠을 청하기도 하셨다. 몇 시간 후 오랜만에 미뤄뒀던 일에 진전을 보고 산책. 확실히 걷기라도 해야 잡념이 좀 사라지는 것 같다.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차에 전구를 달아 캠핑 기분을 좀 내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고, 내일은 별일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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