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좀 더 엄마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물론 엄마나 나나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말 못 한 불편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지금의 엄마를, 엄마의 어린 시절을 좀 더 알게 되어서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참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고, 받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학교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병원에서 애써주시는 의료진분들과 생계가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어쩌면 엄마랑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한 나에게 팔자 좋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늘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속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학교 선생님 노릇 쉽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거 하면 놀며 돈 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너 맨날 집에만 들어오면 쓰러지듯 잠드는 거 일일이 말해주고 다닐 수도 없고.”
“몰라. 내가 떳떳한데요, 뭐. 쓰러지도록 일하고 비는 시간에 좋은 거 한다는데 그것도 뭐라 하면 안 되지.”
내가 ‘난 여유롭게 잘살고 있다!’ 하고 자랑하려고 책을 쓴 것이 아니다. 특히나 작년은 링거를 4번이나 맞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일도 많았다. 몸이 안 좋아지니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져 우울이란 녀석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아마 글과 그림이 아니었다면 방학 내내 병원만 전전했을 것이다. 그렇게 바빴는데 언제 이런 걸 했냐고? 그림은 밤이나 주말 시간을 쪼개서 그리고, 글 대부분은 잠자리에 들기 전, 혹은 새벽에 침대맡에서 작성했다.
‘무언가를 할 시간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머리 아픈 일상 속에서 내가 숨 쉴, 즐거운 구석을 찾으려니 그림을 그리게 됐고,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글도 엮게 됐다. 개인 소장용이 아니라, 출판의 문을 두드려 보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전공자도 아닌 나의 그림을 즐거이 봐주었던 내 지인들처럼, 힘든 일상을 지내다 이 책의 그림을 보게 되는 사람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한번 지어졌으면... 일기 같은 내 글을 읽으며 피식! 헛웃음이 터져도 좋을 것 같다.
혹여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본다면 ‘아, 나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취미를 가지면 좋을까,’ ‘나도 엄마랑 저럴 수 있을까’ 하며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
내 또래라면 ‘나도 좋아하는 것 좀 찾아볼까’하며 지금의 자신에게 쉼표를 줄 수 있길. 또 ‘이번에 집에 가면 부모님이랑 사진 한 장 찍어볼까’(쑥스럽겠지만 아들, 딸 말고 엄마 아빠도 챙겨보자. 아이들이 관심받고 싶어 하듯, 부모님도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하고 용기 내어 보길. ‘나중에’ 말고, ‘지금’ 자신도 챙기고 부모님도 챙기길... 나중에 돌아보면 너무 늦었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라면 ‘그래 나도 어릴 때 저런 일 있었는데,’ ‘우리 00 이도 내 걱정하려나,’ ‘뭘 하면 내가 즐거울까’하며 지난날을 추억하고, 오늘을 계획하시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너무 거창한가? 그럼 그냥 한마디로 이 책을 보는 모두들 잠시나마 마음이 쉬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따뜻한 기분으로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 기분 좋게 눈을 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