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모아뒀던 글과 그림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대놓고 엿보는 Jin의 그림일기 "엄마 손 잡고"
그림 그리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셨던 엄마지만, 자그마한 책이 되어 나오자 색다른 기분인가 보다. 물론 서프라이즈를 위해 글은 보여드리지 않았더랬다. 엄마 생일에 맞춰 초판이 나오고 생일 선물로 이번에는 엄마 이야기를 담은 책을 드렸다.
눈이 아프다며 평소에 책 보는 걸 즐기지 않는데 신나서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은 엄마. 출근해 있는데 오타를 찾았다며 톡이 왔다.(평소 엄마는 바쁜데 방해될까 싶어 웬만하면 일하러 나간 내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딸! 우리의 지난 시간이 많이 행복했음에 감사 해^^ 앞으론 무거운 짐은 하나님께 내려놓고 가볍고, 감사한 맘으로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살아가자^♡^~'
'참 책에 오타가 3군데 있어요'
'ㅋㅋㅋ 본다고 봤는데, 어디서 오타를 발견하셨을까요.
행복한 하루 되시길~'
'저녁에 봐도되면~~ 빨리 알려야 하나?해서전해ㅛ지롱'
정작 엄마의 톡에도 오타가 있다. 집에 돌아와 내용을 확인하고 다음 수정본을 기약한다.
" 미리 좀 보여주지. 오타 찾아보라고.."
"그럼 서프라이즈가 1도 없는걸. 재미가 없잖아요."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선물할 지인 목록을 만들어 본다. ㅎ(이날의 일도 머릿속에 잘 저장해 뒀는데 그림은 두 달째 그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개학하면 정신이 없다.)
엄마는 엄마대로, 난 나대로 책을 선물하고 돌아오는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딸이 그림도 그리냐며, 엄마랑 어떤 장면이 똑같다고 야단인 분도 계시고,
내겐 머리말 밖에 안 읽었는데 벌써 맘이 짠하다는 분도.. 책을 건네자마자 "니 손 같다" 하는 분도 계셨다.
사람마다 젤 맘에 와닿는 장면이 다른 것도 후기를 듣는 재미.
병원에서, 집 앞에서, 길가에서...
모두들 자신의 부모님과 기억이 떠오른 탓이겠지.
지인에게 선물하겠다며 구매 경로를 묻는 고마운 지인도 있다.
어제는 올해 첫 차크닉을 나섰는데(바쁜 시즌이라 늘 가던 동네 주차장으로.. 심지어 가서보니 꼬리텐트도 없어서 창문에 모기장만 치고 잠시 누워있다 돌아왔다 ^^;), 심심할 수 있으니 책 한 권 챙기라는 말에 또 그 책을 집어 드시는 엄마다.
"다 보셨잖아."
"봐도 봐도 재밌어."
별 거 아닌듯 말했지만... 우리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온 것이 내심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초판을 수정해서 나온 책을 한 권 더 드리니 이제 또 새책인 양 그걸 읽으신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 틈틈이 열심히 기록을 해둬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