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현상에담긴함의
그것은 기존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이만큼이나 많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을 배제하는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Insight
극장가의 영화 중에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는 거의 매번 걸려있는 것 같다. 최근 <28년후>에 이어서<좀비 딸>이 크게 흥행하고 있는데, 사실 제목에 좀비를 붙이지 않더라도 종말론적 배경을 그린 영화에는 대부분 좀비가 등장한다. 왜 종말적 상황에서는 꼭 좀비가 등장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좀비와 비슷하게 인간을 습격하는 생명체는 외계인도 많이 있었고, 뱀파이어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이 좀비로 바뀐 것은 좀비가 상징하는 어떤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책을 찾아보니 몇 년 전 출간된 <좀비 사회학>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은 학술적으로 쓰인 책이지만 영화나 게임, 애니 같은 문화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좀비가 현대 인간의 불안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좀비의 기원은 부두Voodoo교에서 유래한다. 부두교의 흑마술사가 약물을 통해 사람의 전두엽을 마비시켜 생각할 줄 모르는 노예 같은 인간을 만든 것에서 Zombie는 생겨났다. 즉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이며 노예같이 부릴 수 있는 반은 죽은 인간인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좀비의 전설은 영화에서 '살아있는 시체'로 변용되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더 나아가 좀비는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이 된다.
좀비의 공포는 사실상 버림받은 '타자' 내지 '배제'의 대상들이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할수록 계층의 차별과 함께 배제되어야 할 대상도 많아지게 되었다. 외국인이나 유색인종, 부랑자 뿐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계층들은 '좀비'로 형상화된다.
좀 더 생각해 보면 뱀파이어와 좀비의 차이도 알 수 있다. 뱀파이어는 힘을 가지고 있고 타인을 희생시켜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권력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좀비는 희생당하고 아무 의지 없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군중일 뿐이다.
오래전에 인터넷 용어 중에 '좌좀'이란 말이 있었다. 진보진영의 시민들을 '좌파'이고 '좀비'라고 대상화 시키는 말이었다. 좀비가 이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라면 좌파 역시 그러하다. 이 말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절반을 배제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것이 구체화된 사건이 최근의 '계엄 내란'이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죽여도 관계없는 존재이다. 상대를 좀비로 규정지으면 그를 파괴해도 나에게 죄책감은 없다. 좀비의 사회학은 결국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이며 공격성의 발현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저자가 말하는 '미소녀 좀비'같은 트렌드는 좀비들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데, 결국 그 배제된 타자도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임을 자각하는 움직임이 아닐까 한다.
Spirit
"또 내게 이르시되 너는 이 모든 뼈에게 대언하여 이르기를 너희 마른 뼈들아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찌어다 주 여호와께서 이 뼈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로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리라" (에스겔 37:4,5)
좀비영화에서 말하는 죽은자와 성경의 죽은자는 완전히 다릅니다. 좀비가 생명이 없이 조정하는 자들에 의해 이용당하는 대상임에 반해 성경에서 하나님이 살리시는 죽은 자는 완전히 생기가 돌아와 부활을 합니다. 이것은 타인을 이용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할 생명으로 봐야 하는지와 같이 완전히 다른 관점인 것입니다.
Summary
부두좀비:
대부분 멍하니 서있는다. 감염되지 않는다. 원인은 주술이다.
근대좀비:
발이 느리다. 감염된다. 사람을 덮친다. 원인은 방사능, 바이러스, 화학물질이다.
21세기좀비:
발이 빠르다. 감염된다. 원인은 뇌에 미치는 어떤 영향이다. 집단을 형성한다. 관리가 가능하다.
미소녀좀비:
사람을 덮치지 않는다. 원인은 불명이다. 이성을 가지고 있다. 공존가능성이 있다. 17
좀비 작품은 이런 작품군(히어로물)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치', 그리고 '결정'이라는 문제를 국가나 문명이 기능하는 상태에서 히어로에게 맡길 것인지, 문명이 붕괴해 좀비라는 위협이 만연한 세계에서 일반인에게 맡길 것인지가 차이일 뿐입니다. 53
'내부의 적'이란 모티프는 공산주의의 위협이 존재했던 냉전 시대, 자국 내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물든 '적'이 잠복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반영한 작품이 유행했던 것을 연상케도 합니다. 55
살아있는 사람이 좀비를 만약 '파괴'하더라도 '경범죄'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의 경우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좀비 쪽에서 조금이라도 폭력을 휘두르면 즉각 처분됩니다. 95
게임이란 디지털의 복제물이기 때문에 잔뜩 팔리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뭔가가 줄어드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 타이밍이 아니면 살 수가 없다"는 초조함에 이끌려 "싸게 잘 샀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 것이고 바로 거기에서 가치가 발생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은 자신이 뇌에 대한 자극과 만족만을 위해서 돈을 지불했다는 것을 깨닫고 저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에 와 있는 것 아닌가 통감했습니다. 159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나 소셜 게임에서 유저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조작하다 보면 건너편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인간이 보이지 않게 되고, 마치 '좀비'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인터넷 건너편의 타자는, 타자이면서도 반쯤은 기계입니다. 195
<BEATLESS>의 결말에서... '히긴즈'는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어째서 인간은 사물을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까?"
"인간은 인간을 만든 존재를 신으로 숭상하며 부모처럼 사랑합니다"
"인간은 동포인 이웃을 사랑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 자신이 만든 사물을 사랑해야 합니다" 203
뱀파이어는 건강하고 지적이며 단독의 존재이자 섹시합니다. 그에 반해 좀비는 그냥 꿈틀거리고 신음을 내뱉는 고깃덩어리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신체가 전자적 존재로 변할 때, 망각되고 버려지는 '신체' 그 자체에 가까운 것은 뱀파이어가 아니라 좀비입니다. 230
일본은 뭐든지 '미소녀화하는 나라'라고 한다면 미국은 뭐든지 '좀비화하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두가지 방향성에 대해서 전자를 '이매지너리 프랜드의 문화'라고 한다면 후자를 '이매지너리 에너미의 문화'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255
그것은 기존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이만큼이나 많고,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을 배제하는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협이나 불안의 원인을 잘못 귀속시켜, 실제로 존재하는 이민족이나 국가, 집다 등에 투영하고 폭력과 배제를 행하기 때문입니다. 좀비는 그런 상황에 대한 감성을 바꾸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주류가 되어버린 정치적 감성에 대한 저항으로서, '좀비공존 이야기'나 '미소녀 좀비', 과잉 유동성과 경계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옹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