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사랑만이 의미가 있다

인생의 한계와 시간

by CaleB
"에스테반,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네. 최대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 알잖아.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알면 자네도 놀랄 거야."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를 읽고 난 후의 소감이라면 무엇보다 먹먹함이었다. 절망도 희망도 아닌 이 감정의 근원을 헤아려보면 인간존재의 한계성에 대한 안타까운 느낌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한계성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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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소재는 신학적 질문이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과연 신의 뜻인가?'라는 물음이다. 인생에는 수많은 비극과 슬픔이 존재한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그런 일들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늘 있어왔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고 인간의 죄를 사하여 주시며 우리에게 사랑을 주신다는데 왜 그런 고통을 허락하시는 것일까?


구약의 시대에는 모든 고통이 인간의 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하나님께 선택받은 이스라엘 민족조차도 의문이 생겼다. 죄의 결과가 고통이라면 '왜 욥과 같은 의인은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하나님께 선택받은 이스라엘이 왜 포로가 되어야 하는가? 하나님이 과연 세상을 통치하시는 것이 맞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신학에서의 '신정론'神政論이다. 욥기에 등장하는 욥과 세 친구의 논쟁은 이 신정론의 전개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신약의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는 다른 말씀을 하신다. 그것이 유명한 실로암 망대 사건 이야기이다.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여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치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4,5)


이때에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죄가 있어 죽었다는 것이 사람들이 일반적 해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죄의 경중이 불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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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이러한 질문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니퍼 수사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를 목격하고 이 사고로 사망한 5명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적한다. 주니퍼 수사의 추적에 의하면 이들의 삶은 결코 다른 이들보다 죄가 많았거나 더 훌륭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니퍼 수사는 이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생의 내면적 고통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극복해 내었는지까지 만 보여준다. 그들 모두는 고통을 뒤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왜 그때에 그런 사고는 일어났을까? 주니퍼 수사는 이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악인이 심판받고 선한 사람은 일찍 천국에 간 것'이라는 애매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론조차 신성모독에 해당한다는 선고를 받게 된다. 주니퍼 수사는 화형장으로 가는 길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가 추적했던 질문의 답을 발견하고 숨을 거둔다.


우리 삶에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란 영원한 시간 속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신에게 그 시간은 우리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은 흐르고 있다. 아쉬움도 잠깐의 일일뿐. 모든 것은 지나간다.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은 의미가 있다. 5명의 사람들, 그들이 시작하고 했던 그 새로운 시작 안에는 이미 앞으로의 모든 일들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점을 나타낼 뿐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내린 결론은 사랑이었다.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만이 영원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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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마지막의 사랑에 대한 작가의 서술도 멋지지만 필자는 자살을 시도하는 에스테반에게 외치는 선장의 말이 바로 작품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선장은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를 제외하면, 세상에서 가장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용기를 내어 진부한 말이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닥에 쓰러진 형체가 듣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말했다. "에스테반,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네. 최대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 알잖아.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알면 자네도 놀랄 거야." 그들은 리마로 출발했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에 도착했을 때, 선장은 물건의 운반을 감독하기 위해 다리 아래 강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에스테반은 다리를 건넜고, 다리와 함께 추락했다.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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