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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Oct 25. 2023

육아는 노동인가

미디어를 보면 '독박육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아이의 성장과 나의 늙음이 교차되는 때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아이는 커가면서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느는 등 성장하는데 반해 나의 체력은 점점 줄어들게 되어 힘에 부치는 경우,

혹은 한 사람이 경제적인 활동을 할 때 한 사람은 육아에만 전념하는 경우 주로 쓰인다.

특히 전업 엄마(혹은 아빠)의 경우 집에서 아이를 혼자 오롯이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자주 쓰는 것 같다.

행복하지만 체력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 누구도 대신 그려주지 않는다.

밑그림을 스케치하고, 물감을 풀어 색을 만들고, 색칠해서 마무리까지 해야 하는데

육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눈뜨고 잠잘 때까지 붙어 있으면서 어느 정도 아이 스스로 하기 전까지 엄마나 아빠가 아이의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


기저귀를 갈고, 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소화시키고, 낮잠을 재우고,

다시 기저귀를 갈고, 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소화시키고, 놀고, 재우기를 반복한다.

영유아 때는 이런 과정이 정말 하루종일 반복된다.

24시간 반복된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통잠 자는 시기가 오면 세상이 밝아 보인다.

적어도 자다가 깨는 일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도 잠을 좀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는 생각해 보면 힘든 일 투성이다.

나 혼자 있는 것도 벅찰 때가 많은데, 24시간 내내 붙어 있어야 한다면 그 얼마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이 들지는 안 키워본 사람도 가늠이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대 때 밤을 새워 놀아도 피곤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시기에 아이를 키우라고 인간이 진화한 것이고,

그 시기가 넘어가면 갑자기 늙는다'는 이야기..


뒤돌아 보면 위의 얘기에 수긍이 간다.

나는 43살이란 늦은 나이에 3.5kg 건강한 남자아이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부럽지 않은 체력으로 밤을 새워 아이를 케어해도 다음날 잠깐 눈을 붙이면 다시 육아를 할 수 있었다.

그게 하루하루가 쌓이고, 1년 2년이 지난 지금은(47살) 아이를 안고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오른다.

주식의 골든 크로스처럼 아이의 체력 증진과 나의 체력 감소가 교차하는 시기 말도 못 하는 우울감과 짜증이 밀려오는데 이 모든 것은 나의 체력(늙음)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육아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부모의 체력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사랑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보면서 짜증 없이 키워 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면 아이는 잠깐 내는 나의 짜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큰 슬픔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이 세상 전부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느낄 좌절감, 우울감, 피로감, 무서움은 아이 성장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육아는 노동인가?

노동이란 몸을 움직여 일을 하거나,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관점에서는 노동이지만,

물자를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의 관점에서는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이 키우는 것에는 그 어떠한 물자를 얻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육아란 아이와 나의 충만함을 느끼는 교감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있으므로 해서 느끼는 만족감,

매미처럼 매달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너의 포근함,

맛있는 음식도 먼저 먹이게 되고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

너에게만 나는 아기 냄새,

나를 향해 밝게 웃어주는 데서 느끼는 사랑

이 모든 것이 나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충만한 느낌 즉, 사랑이다.


육아란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다.

행복한 순간보다 힘든 순간을 느끼는 경우는 많다.

그때 생각하자.

지금 나의 짧은 짜증과 한숨이 나중에는 기억되지 않을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의 기억 속에선 평생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기억하자.

육아는 노동은 아니지만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각자의 방법으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육아는 노동은 아니지만, 체력이 필요하다.

육아는 체력이 필요하지만, 사랑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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