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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성 Oct 25. 2023

육아휴직

새벽 5시..

알람이 울리면 언제나처럼 일어나야만 했다.

30분 안에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야

서울에서 충북 진천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눈을 겨우 뜨고, 화장실을 가고 옷을 갈아입는다.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된다.

3시간 통근 버스 동안 생리현상이 나타난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상황은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5시..

일어나서 아들이 잠자는 모습을 보고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고 집을 나선다.


6시에 퇴근해 집에 오면 9시가 넘는다.

배가 고프기보다는 하루종일 멍하다는 생각이 더 크다.

들어오면 아들하고 잠깐 놀고, 씻고, 겨우 끼니를 때우고 잠을 잔다.

그래야 다시 출근을 할 수 있다.

늦으면 안 된다.

셔틀을 놓치면 회사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이제 겨우 3살인 아들이 잠을 자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면 자고 있어야 할 아들이었다.

뭐라 말을 하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안고, 뽀뽀하고, 간지럽히고,

책 읽어 주는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칭얼거림이 유난하다.

아빠한테 매달려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보채는 시간이 길어진다.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가, 애틋하다가, 화가 났다.


나는 이제 자야 하는데,

지금 자야 겨우 일어날 수 있는데..

지금 같아서는 밤을 새울 기세다.


그때 나도 모르게 한마디를 외쳤다.

'지환아! 이제 자야지!'

큰소리를 질렀다.

짜증이 났다.

화가 났다.

영문도 이유도 모른 체 무건운 몸을 이끌고 언제까지 이런 응석을 받아줘야만 하나?

두 눈은 감기는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 자지 않으면 안 되는데,

왜 이 시간까지 이러는 거야?

아들이 운다.

달래도 달래 지지 않는다.


한참을 안아주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이의 눈은 퉁퉁 부었고, 자면서도 흐느끼고 있었다.

자다가 울면서 깨는 횟수가 많아진다.

울다가 다독이면 잤다가, 다시 깨어 운다.

그때마다 외치는 한마디


'아빠빠..'


그 조그마한 몸짓이,

온몸을 흔들며 흐느꼈다.

아빠빠를 외치며 온몸을 떨었다.

아빠가 있는 것을 확인해야 다시 잠들었다.

아이는 밤새도록 꿈속에서 울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아빠를 기다렸던 것일까?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그 최선은 나에게만 최선이었던 것일까?

아빠랑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소리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놀라서 잠을 못 자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한다.

물 한잔 마실 겨를도 없이 아들의 자는 모습을 보며 집을 나선다.

볼과 이마에 뽀뽀하는 것도 까먹었다.

그저 마음이 아팠다.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작고, 조그마한 내 아이가 운다.

세상 다 잃은 것처럼 흐느껴 운다.

자그마한 눈에 눈물이 맺히고

자그마한 볼에 눈물이 흐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긴 채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다가

흐느껴 울다가, 다시 잠이 든다.


나는

이대로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출퇴근 시간으로 5~6시간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결혼을 했는지에 대해서,

왜 아이를 낳았는지에 대해서,

왜 회사를 그 먼 곳까지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휴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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