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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우주인 Oct 04. 2021

친구 수집하기

수집품도 수집가도 되고 싶지 않다.

가끔씩 친구를 수집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을 깨닫게 될 때마다 마음이 서글퍼질 때가 있다. 친구 수집이라고 하는 것이 치열한 경쟁 속에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에게는... 자신이 어떠한 그룹에 존재함으로써 현실의 자신의 모습보다 나아 보이고 싶은 심리에서 시작되는 것 인 듯하다.


친구 수집 활동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인생관에 따라 결정될 수도 때문에 옳고 그름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겉으로는 친근하고 가깝지만 서로의 직업을 탐색하거나, 친구 관계를 통해서 생성될 수 있는 손익 관계를 끊임없이 계산을 하고, 치른 값을 잘 이용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어쨌든 나보다는 더 잘 산다.


친구 수집 관계를 사냥하듯이 즐기는 심리를 지닌 사람들도 많다. 또 그와 동반되는 계산 활동은 그들의 세상에서는 성경구절처럼 당연한 말씀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집품도 수집가도 되고 싶지 않다면, 한 번쯤은 친구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좋은 일은 나누면 더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좋은 일은 나누는 순간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는 순간 친구라는 가면을 쓴 타인의 기가 막힌 편집 능력에 의해 약점이나 악행, 찌질함으로 재구성되어 만 천하에 퍼지기도 한다.


그렇게 재구성된 말들은 남에 일에 관심이 많고, 약점과 아픔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분자 균열의 속도 보다도 빠르게 진화하여 돌고 돌다가 결국에는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누군가 좀 짜증 나는 말을 했다. 그럭저럭 무시할만하다면 요즘 같이 사회적 거리와 개인 간의 적당한 거리를 중요시하게 된 세상에서... 지구의 평화를 위해 무심히 지나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젠가부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내 모습을 자주 깨닫게 된다. 울적한 마음이 들 때마다... 때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이내 내려놓는다.몇 번 바닥까지 내려갔던 약한 모습을 보였을때,  토닥이는 손길 뒤로는 나의 불행이나 슬픔을 짓밟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하거나, 약해진 나의 영혼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통제하고 조종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의 횡포로 눈물 흘렸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다들 저마다의 고민과 바쁜 일상 때문에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더 아끼게 된다. 이미 어깨에 짊어진 짐들이 가득인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짐까지 나눠주는 실례를 범하고 싶지가 않다.


출생 이후 가족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반복된 관계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심장 속 관계 섹션엔 저마다 나름대로의 굳은살과 면역력이 생긴다. 언젠가부터 내게 붙은 관계 세포의 굳은살과 면역력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바꾸는 일은 꽤 중요한 일이다.


매일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움을 표현하는 것보다 적당히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다. 적당히 아는 척, 적당히 모르는 척,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좋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적당한 관계를 통해 본인 마음의 평화를 획득하는 사람은 꽤 많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던 마음들 때문에 나 자신을 아끼는 데에 사용할 마음의 여유를 포기하고 살았던 나의 지난 모습들은... 언제 되돌아보아도 내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이 귀찮아져서 외로움과 친구가 됐다.그리고 누군가의 지나친 배려나 친절도 단호하게 거절하기 시작했다. 외로움과 꽤 가까워진 뒤에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무심함과 거리감이 나를 마음 편한 사람으로 탈바꿈 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의 그룹 속에서 펼쳐지는 질투나 파국 이벤트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어떤 사람도 내가 만든 건강한 거리감을 뚫고 자기 멋대로 침범할 수 없으니 관계에서 파생되는 현기증도 사라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구와 알고 지내는 사람의 구분이 명백하게 되었다.


이렇게 명백한 친구 리스트를 가지게 된 것은 100프로 내 감정을 돌보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최우선을 두기 때문이다. 나처럼 상황 판단이 느리고 사람을 유심히 잘 살펴보는 능력이 부족했던 과거의 흑역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다가 정이 헤픈 사람이라면... 어떤 관계든 분명한 선을 그어 놓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누군가가 그어놓은 선을 밟으면 천리까지 다 들리는 알람 경보를 부단히 울려대는 것이 좋다.


그 누구도 상처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도 없다. 이렇게 바꾸어 생각하자. 내가 상처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나 자신만의 울타리를 단단히 만드는 것이라고...처한 상황에 따라, 시선에 따라 내 안에 있는 선과 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내 의사와 상관없이 보여질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지난 나의 관계를 돌아보며 대규모의 인간관계 편집 활동을 감행했다.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계를 분류했다.  나의 관계들을 돌아보고 철저하게 검열하여 나만의 방역 라인을 만들었다.


당장 자를 관계, 피하는 관계, 아는 사람 & 알고 지내는 사람, 친구 4가지 군으로 나의 관계 유형을 우선 분류했다.

 

1. 당장 자를 관계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사람.


내게 관계 재구성이 아닌 관계 정리가 필요한 유형의 사람의 첫 번째 조건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뒷담화하고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어제의 뒷담화의 대상과 맑은 관계를 유지하는 명품 연기를 선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한 명  두 명 늘어나던 뒷담화의 대상은 어느 순간 나만 제외한 모든 사람이 되어버린다. 자주 이런 언행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포위되다 보니 내 몸에 "뒷담화 할 사람 내게 붙어라” 자석이 장착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할 지경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남에 대한 험담을 절대 하지 마" 라며 험담 금지를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험담을 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하지만 상처 받은 영혼의 찌꺼기 분출의 생리적인 기능의 험담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잘 지내는 관계에 대해 돌아서면 끊임없이 난도질을 해대는 완치 안 되는 뒷담화 중독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그런 언행을 하는 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며,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중독 증상을 깨달은 후에도 멈추지 못한다. 거의 불치병 수준에 가깝다.이런 언행들이 인터넷 세상에 난무하는 악플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마음을 내주었던 이들이 등 뒤에서 쑤셔대는 비수는 분명히 더 깊은 상처가 된다.


싫다면서 도대체 왜 계속해서 만나는 것일까?


2. 피하는 관계

 

오랫동안 피하고 싶었던 관계들은 더 이상 싶은 것이 아니라 피하는 관계로 정정했다.


인간관계에 완벽한 계산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수익 구조에 변경에 따라 하루아침에 내게서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질투와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매사에 부정적이며 불평불만, 걱정으로 도배된 세상에 사는 사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나쁜 일 덮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


이렇게 내가 불편한 유형의 사람을 하나둘씩 적어 내려가며 나누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장 자를 관계와 피할 관계 리스트에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싹이 보였을 때부터 도려내거나 애초부터 내 삶에 들이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인간관계 다이어트 & 인맥 정리가 대유행이다. 나도 편집된 리스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정리를 마쳤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관계 다이어트 매뉴얼처럼 굳이 핸드폰을 붙잡고 번호를 삭제한다거나, SNS 친구 목록에서 삭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관계 리스트를 편집하여 재구성하자마자 리스트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관계 등급을 공표하고, 관계 해고 통지서를 보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하나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람인 세상이다. 맑은 물 속을 흙 범벅으로 어지럽히는 미꾸라지 처단은 마음속에서만 하자. 인터넷이 제공하는 관계 다이어트 매뉴얼대로 시행했다가 살면서 개선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관계나 앞으로 맺게 될 수 있는 미래의 유익한 관계들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처단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앞으로의 삶에 마이너스 요소로 예고도 없이 등장하여 내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지만 굳에 모두에게 나쁜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거리를 두자.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거리와 시간을 투입하면 당장 자를 관계나 피하는 관계 모두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게 되기 마련이다. 리스트의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빛의 속도로 나 말고 다른 사냥감을 마련하여 사육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또는 그들은 남의 시간은 물처럼 마구 사용하면서 본인의 시간은 일초도 낭비 못하는 성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장거리 두기 전법을 시작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멀리하는 이유를 묻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경우라면 굳이 싸움을 할 필요는 없지만 돌리지 말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다시 회복될 관계가 아니라면 대치되는 상황이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지만, 짧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세계평화에 한 축에 기여하는 미담으로 남을 수 있다.


3. 아는 사람  & 알고 지내는 사람


아는 사람.


핸드폰을 손가락 하나로 누르기만 하면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저녁을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은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 오늘의 날씨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세상이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돈이 아닌 사람을 버는 것이 능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무수한 관계 속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아는 사람 리스트는 무한 속도로 추가만 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옷깃이 스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는 언컨택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옷깃만 스친 사람과 언컨택트 시대의 플랫폼을 타고 보여주고 지켜보는 관계에 있는 사람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고 지내는 사람.


아는 사람들 중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소통하다 보니 공감대도 생기고 편안함을 느껴 관계를 위해서 별도의 공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하는 부분이 있는 사람, 만나면 좋은 감정과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과 알고 지낸다.


4. 친구.


내게 친구의 정의는 간단하다.


“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다. “


끼리 끼리 노는것 맞다.


그리고 내게 친구는 존재만으로 자체 발광하지만 내 삶에 들어오면 나를 더 빛나게 해준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빨리 감기가 필요한 부분은 빨리 넘기고 필요하면 슬로 모션 기능을 이용하여 천천히 돌아보며 세분화하여 관계를 분류하니, 내가 친구 폴더에 넣어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하기로 결정된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얼마 전 손에 꼽히는 숫자의 친구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내 마음을 담아 뜬금없는 선물을 했다.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나를 불안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자 감정 노동과 지갑 노동을 아낌없이 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넉넉히 보여주지 못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분류와 편집에 의해 최종 선출된 믿을 수 있는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는 지갑을 열어 과감하게 비용을 지출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꺼번에 친구들에게 지갑을 열다 보니 당장은 그 지출이 큰 돈으로 느껴졌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매일 커피 사고 밥 사던 지출의 총액보다는 통장 잔고에 협조적이다. 결과적으로 적게 지출하고 나를 살리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보답을 할 수 있었다.


단 친구 폴더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는 감정적인 것이던 금전적인 것이던 다시 돌려봤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은 같이 보내지 않는 것을 명심하자. 인생의 계산법은 산수와는 다르다. 더하기가 빼기가 될 수도 있고 빼기다 더하기가 되기도 한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관계를 그래프화 하여 분류를 한다는 것이 조금 인간미 없이 느껴지는 활동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인간관계 하수 레벨에서 쉽사리 올라설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리스트와 지침을 마음에 부적처럼 붙인 채, 매뉴얼에 따라 자신을 채찍질하자. 그러다보면 적어도 내 인생에 휴식이 되어 줄 소중한 사람 몇은 단단히 지킬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삶에서 친구가 참 중요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친구가 참 중요하지 않은 사람.


좋은 관계 속에 있는 것도 즐겁지만 나와의 관계도 즐거운 사람 말이다.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알찬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충전받는 것도 너무나 즐겁지만, 친구가 없이도 나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 나 자신에게 받는 위안을 잘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친구 리스트에 수집품이 되는 일도 없으며 친구 수집 활동에 열을 올릴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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