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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우주인 Sep 05. 2022

한국 vs 호주 어린이 교육의 다른 점

8282 VS 2828


“딩동”


아침 7시가 되면 핸드폰이 제 몸을 마구 흔든다. 스마트 폰이 스마트한 일을 하며 온 가족의 건강 상태를 캐묻는다. 아이에게 열이 있는지? 가족 중에 열이 있는지?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는지? 처음 경험해보는 어린이집 등원 전 자가체크이다. “외국인 남편아 봤니? K 방역 따봉!” 여기서 따봉은 X세대인 내가 어릴 적 보며 자란 대한민국을 강타한 모 오렌지 주스 광고 카피로 최고라는 뜻의 남미 언어이다.(세대차이를 느껴도 정중히 이해합니다.) 나의 느려 터진 육아 월드에 초등학교 스마트 가정통신문 E 알리미와 어린이집 알림장 키즈노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딩동! 문명사회 대한민국 입성을 환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혹시라도 궁금할 수도 있으니 초등학교 & 어린이집 한국과 호주의 다른 점을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참고로 우리 집에 사는 초등학생은 1학년. 어린이집 다니는 애는 6살.


1. 수업시간과 급식


한국 초등학교 1학년은 3~4시간 수업을 한다. 9시에 학교에 보내고 정말 숨 돌리자마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학교에서 뭐 배웠니? “하고 물으면 아이는 오늘 급식 반찬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한다.


호주 초등학교는 9시에 학교에 등교하고 오후 3시 30분에 하교한다. 6시간 30분 수업이다. 그중에 오전에 30분 오후에 60분 총 90분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있다. “학교에서 뭐 배웠니? “라고 물으면 아이에겐 놀다 온 기억밖에 없다.


동문서답이 특기인 아이의 세상엔 한국 초등학교는 맛있는 거 먹는 곳= 레스토랑, 호주 초등학교는 재미나게 놀다 온 곳 = 놀이터로 결정된 것으로 추정해본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한국과 호주 7시부터 4~6시까지 (추가 비용을 내는 선택에 따라 다르다.) 수업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 호주는 어린이집인지 유치원인지에 따라 급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있다. 어린이집이던 학교이던 급식이 보편적인 대한민국은 육아맘에겐  친절하고 좋은 나라이다.


2. 어플과 카톡을 통한 의사소통


스마트 폰을 스마트하게 쓰는 한국 학부모들에겐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플과 카톡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과 가정통신문을 전달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내겐 별세계이자 신세계였다. 선생님들의 개인 핸드폰 번호 공개는 물론 카톡도 연결되어 있는 점은 솔직히 꽤 놀랐다.


호주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는 주로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학부모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을 대비하여 중간에 Class Mum 이 존재한다. Class Mum은 혹은 Class parents는 한국으로 치면 어머니회쯤으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아이들 학교 생활의 도움을 위해 자원한 리더십 있는 어머니가 주로 맡는다. 학부모들과 선생님의 전달 사항은 주로 Class Mum 이 선생님을 대신해서 학부모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바로바로 학교와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작명한 호주 선생님들의 별명은 “대답 없는 너”


어린이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국 어린이집은 아이가 매일 어떻게 지내고 무엇을 배웠으며 무엇을 먹었는지 선생님이 어플을 통해서  알려준다. 원내 행사에 변동 사항이나 급한 전달 사항이 있으면 핸드폰이 귀여운 척하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카톡!” 선생님의 메시지다. 대한민국에서는 단지 택배와 인터넷 속도만 빠른  아니다.


호주 어린이집은 어플을 사용하는 곳이 많지 않다. 있어도 업데이트가 느리거나 아예 업데이트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어플보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학부모와 공유한다. 현재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일주일에 한 번씩 어린이집 활동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뉴스레터로 만들어 학부모의 메일로 보내준다. 뉴스레터를 만들 시간이 없거나 혹은 담당 선생님이 깜밖 잊어버려서 만든 뉴스레터를 못 보내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나는 한국 어린이집처럼 실시간으로 아이들 근황을 알 수 있는 서비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아이들 어린이집 생활에 딱히 궁금해 본 적도 없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아이 등원시킬 때 선생님과 짧게 나누는 대화로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의 전화번호 같은 개인적인 정보는 학부모들에게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주로 이메일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내가 어린이집 선생님과 했던 전화통화는 아이가 아팠을 때와 배변 훈련할 때에 어린이집 대표 전화를 통해서가 전부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새내기 학부모라면 아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없이 느긋하거나 무심함을 영혼에 장착하는 것을 권유한다. 이 쯤되면 비교체험 극과 극이 아닐까? 8282의 반대말 2828


3. 학교와 어린이집 용품들.


대한민국의 XX 초등학교 1학년 1반 28번. 공룡들이 무한 출현하는 아이의 책가방 속에 담임선생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알려주신 학용품 리스트들과 책상을 청소할 때 사용한다는 작은 빗자루를 넣었다. 그리고 실내화 주머니에 실내화도 넣었다. 나의 국민학교 때처럼 마룻바닥을 광낼 오래된 수건을 꿰매어서 만든 걸레와 왁스는 더 이상 필수 준비물이 아니었다. X세대 엄마는 꽤 아쉬웠다.


호주 초등학교 1학년은 교과서가 따로 없고 프린트물로 수업을 한다. 클래스 이름은 있지만 학생 번호가 없다. 학용품이 모두 다 제공된다. 그리고 학교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는다. 실내화는 신지 않는다. 아이의 책가방 속에는 도시락과 물통뿐이다.


호주의 어린이집은 한국처럼 개인 가방을 메고 자유복을 입는다. 하지만 한국 어린이집처럼 다양한 주제로 교육하는 교제가 없고 프린트물로 대신한다.


한국 어린이집은 교제가 있다. 어플을 보고 아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보고 아이와 함께 집에서 공유해 볼 수 있었다.


호주 초등학교 1학년과 어린이집은 학습보다는 놀이의 비중이 확실히 높고, 한국 초등학교 1학년과 어린이집은 놀이보다는 학습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


4. 비용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무료이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엔 돈을 내야 한다. 어린이집은 정부가 대부분을 지원해주고 간식비등의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을 학부모가 지불한다.


호주의 공립 초등학교는 무료가 아니다. 학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일하는 엄마를 위한 방과 후 수업 비용은 한국보다 비싸지만 오후 6시까지 제공된다. 그래도 공립 초등학교 비용은 애교스럽다. 반면 호주의 어린이집은 비용이 꽤 사악하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힘과 부처님의 자비로도 극복이 안된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기초 생활 수급자가 아니라면 (주 5일을 보내는 경우) 한국의 영어 유치원의 70% 정도가 되는 비용을 매달마다 지불해야 한다.(이 비용도 정부에서 50% 정도 부담을 해주는 경우)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엄마가 풀타임 워킹맘이 아니라면 주 5일 동안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하여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집에서 가정 보육하거나, 순도 100% 아이 어린이 집 비용 때문에 밥벌이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엄마들도 많다. 지금 내 이야기 중이다. 아이가 둘 이상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간 후 살림이 핀다는 이야기도 농담처럼 하기도 한다.



5. 소풍과 견학


한국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은 소풍과 견학이 자주 있다.


반면 호주 초등학교에서는 현재 10월까지 단 한 번의 소풍이 있었다. 호주의 어린이집은 두 아이를 3곳의 어린이집을 보내보았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소풍이나 견학이 없었다. 소풍이나 견학, 체험 학습은 학부모가 알아서 자율적으로다가 자급자족해야 한다.


한국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녔던 세 달 동안 초등학교에서는 1번의 봄 소풍과 박물관&커피공장 2번의 견학을 다녀왔다. 둘째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는 1번의 봄 소풍과 2주마다 한 번씩은 견학을 다녀왔다. 박물관, 농장, 놀이공원, 소방서, 안전 체험관등 등 견학 장소도 다양했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거의 없는데도 정부 보조 만으로도 이런 퀄리티의 체험 학습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니... 나의 육아 월드에 경사가 났다. 에헤라디야~~~


“딩동! 육아맘에게 친절한 대한민국 입성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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