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측은해 보이기 시작했다

p.s 엄마 아빠같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by 배지혜

요즘 매 주말마다 루틴이 하나 생겼다. 아빠에게 운전 연수를 받는 것.

우리 아빠는 말이 참 없다. 장점도 그거고 단점도 그거다.

말이 없어서 날 키울 때도 혼낸 적이 없다. 가장 반항이 심한 중2 때 반성문 쓰고 무릎 꿇고 손 들라 한 것 빼곤, 훈육이라는 하에 때린 적도 없고 독한 말도 한 번 뱉은 적 없는 좋은 아빠다.


그래서... 운전을 가르칠 때도 그럴 줄 알았다.

매번 SNS에서 가족끼리 운전 가르치는 거 아니라는 글을 볼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넘긴 나였는데,

웬 걸. 아빠에게 평생 들을 잔소리를 요 한 달 사이에 다 들었다.


오늘도 이젠 운전학원에서 연수 받을거라고 으름장을 놨더니, 제발 그러라고- 잘 됐다---- 고 하는 아빠의 모습은 참 초면이다;

우리 아빠에게 짜증귀신이 들린 건지, 내가 한 번 핸들을 돌릴 때 아빠의 꼭지도 도는 모양이다.

여튼 오늘도 우왕좌왕, 서로 신경질을 치고받으며 겨우 할머니집에 도착했다.

아빠는 엄마--있잖아. 라고 말을 시작했고, 나는 할머니, 아빠가 있잖아---.

로 시작해서 서로 끊임없이 불만을 얘기했더니, 할머니가 앵간치 하란다.


아빠가 바닥에서 말을 막 하니, 할머니가 아들! 슬리퍼 신어라!! 추워서 안된다!

하는데, 안 춥다고 아무리 말해도 결국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아빠는 슬리퍼를 꾸겨 신는다. 유독 아빠는 할머니랑 있으면 내가 학원에서 보는 남학생들과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인다. 할머니는 아빠가 50이 넘어도 못 미더운 것 같다.

과자 많이 먹지 말고,응? 따듯하게 다니라이.

고 하신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아빠는 할머니한텐 여전히 어린 자식인가보다.

물끄러미 둘을 보다 보면,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한텐 아직도 어린 아들인데, 내 앞에서 그동안 어른인 척한다고 힘들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오십대가 넘고 부쩍- 지쳐 보였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럴만도 한게 스무살부터 군대 3년 빼곤, 아빠는 계속 일을 했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도로측량기사로 일을 했는데... 듣다 보면 어린 애가 어떻게 기특하게 그렇게 일을 열심히 했을까? 계속 이 생각이 든다.

아빠의 피부는 매우 까무잡잡한데, 아빠 말로는 그 때 땡볕에서 계속 일한게 컸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저녁 6시까지 일을 하는 삶.

스무 살의 아빠는 묵묵히, 열심히 일을 했다. 1년 정도 일하고 아빠는 군대를 들어갔는데, 무릎에는 아직도 선임에게 맞은 흉터가 있다. (볼 때마다 그 놈, 확 패버리고 싶다)

아빠 때는 하도 맞아서 안 맞은 날엔 마음이 불안해서 잠에 들 수가 없다고 했다. 언제 때릴지 몰라서 아빠는 뜬 눈으로 종종 밤을 지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애들이 3년이나 군대에서 인간취급도 못 받으면서 나라를 지켰다. 군대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너무 몰입해서 미간을 하도 찌푸려서 종종 어지러웠다.

아빠의 인생은 쉬울 때가 없었다. 나는 아빠의 인생사를 들을 때마다 항상

어떻게 버텼어?

라고 물어본다. 그럼 아빠의 대답은 항상 같다.

안 버티면 우야노- 다 그래 살았는데 그 때는 모....

아빠는 힘든 얘기도 참 아무렇지않게 얘기한다. 대단하면서도 힘든 티를 안내고 사는게 참 측은하다. (혹시 티를 어떻게 내는지 모를지도)옛날에는 아빠는 힘든 것도 모르고, 슬픈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요새 들어 아빠를 지켜보니 힘들 때도, 슬플 때도 티를 안 내려고 안간힘을 썼구나 싶다.


어릴 때는 장남이라 티를 못냈고 커서는 나랑 엄마를 위해서 티를 못냈다. 엄마 말로는 오십 대가 넘어서 아빠는 엄마에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종종 얘기한다고 한다. 엄마는 아빠가 그럴 때마다 참 안쓰럽다고 한다.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성인이 되고 회사를 다니고 보니 우리 아빠 참, 고생이 많다.

나는 요새 아빠가 측은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오늘 운전을 할 때도 점심 먹고 운전하니 머리가 멍-하길래, 아빠, 옛날에 어떻게 왕복 4-5시간을 운전했어? 여행 어에 했노?

그면, 내까지 자뿌면 우리 셋 다 죽는데?

라고 웃어넘긴다.

성인이 되어보니 사소한 것부터 엄마 아빠가 다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힘든 걸 어떻게 2-30년을 해온걸까? 애가 생기면 정말 슈퍼맨처럼 어떤 힘이 생기는걸까? 나는 이 측은한 어른들이 대단하다.

어떤 책임감으로 살아온 걸까? 그건 지금의 내가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할 수 없는 영역같다.

나도 애를 키워봐야 알라나?

p.s "아빠!"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