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너랑 가까이 있어

아들이 유리창 깬 날

by 구슬붕이

어머님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설날을 보내고 정월대보름이 될 때까지 아들은 유난히 화를 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잠깐 낮잠이 들었다. 아버님 49재 다음날이었나 그날은 아주버님 내외분께서 수목장에 찾아가신 날일 텐데... 꿈속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잠든 내 등 뒤에 앉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잠시 후 눈을 뜨고 살펴보았지만 책상으로 쓰는 작은 상이 놓여있던 자리라 누군가 있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꿈을 꾼 날은 2월 마지막주 수요일이었다. 교육기관에서 당일 공부 끝나고 온 저녁에, 화가 난 아들이 벽을 치다 복도 옆 작은 방 창문을 양 주먹으로 쳤다. 큰 조각과 작은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다행히 본인도 살짝 놀랐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섰고 작은 파편들이 스쳐 지나가 생긴 상처 외에는 큰 상처는 없었다. 아들의 배랑 오른쪽 다리 무릎 위는 날카로운 조각이 튀었는지 피가 한참 흐르긴 했다.

유리 교체 후... 새 유리라 색상과 느낌이 다르다.

놀란 엄마가 거실로 데리고 나왔지만 계속 화가 나서 방방 뛰고 바닥에는 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같은 층에 사는 이웃 언니댁 현관문을 두드려 도움을 구했다. 아들을 진정시켜 응급실에 가봐야 했다.

아직 창틀에 위험하게 달려있던 깨진 조각이 많아 이웃 언니가 두꺼운 보냉비닐에 조각을 담아 치워 주셨다. 급하게 전화해서 밤 9시가 넘었지만 활동지원사님께 연락해 함께 근처 대학병원을 갔다.

초진 진료의가 응급실에 절박한 환자가 들어와 있다고, 아들은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하니 병원급 응급실을 수소문해 줬다. 이후 도착한 남편과 20여분 거리의 다른 병원으로 갔다.


깨진 유리창에 비해 바닥에 깔려 있던 두툼한 매트와 이불에 떨어져서인가 직접 날아오른 파편 외에는 아들의 몸을 다치게 한 조각은 많지 않았다.

두 번째 찾아가 치료가 가능했던, 병원의 응급의가 깨진 유리 위를 굴렀냐고 할 정도로 손날, 배, 다리까지 여러 곳을 치료했지만 천만다행으로 깊지 않아 소염진통제 한알씩만 아침, 저녁으로 먹고 주변 정형외과에서 이틀에 한번 소독하면 된다 하셨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헤어졌던 활동지원사분은 우리 집에 다시 가셔서 이불 위 깨진 조각을 큰 상자에 넣어 치우시고 깔려있던 매트와 이불을 털고 거실에 꺼내 놓으셨다. 응급실 진료가 무사히 끝났는지 확인전화도 주셨다.


다음날 목장모임에서 아들과 함께 하는 수호천사의 날개는 너덜너덜할 거라 푸념 섞인 말을 했다. 목자님께서 센스 넘치게 예수님이 계셔서 괜찮을 거라 하셨지만.

아버님의 49재, 일찍 떠난 동생까지 내 옆에서 우리 가족을 지키는 천사로 함께 지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꿈속을 찾아왔던 따뜻한 온기의 정체가 누구일지 몰라도 매일 화내던 아들이 깬 유리를 막아서고 한발 뒤로 밀어내준 감사한 존재들.

힘든 아들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만났던 수많은 천사들 중 한둘이지만, 적재적소에 시의적절하게 밀착 수호하는 신의 조력자임에는 틀림없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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