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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22. 2024

급식당번은 나가서 놀 수 없나요?

오늘의 일을 끝내야 나갈 수 있지.

1주일의 점심시간 중 꿈담놀이터(철제 울타리가 있는 놀이공간)와 운동장으로 현재 학년이 배정된 요일이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이라 이날은 웬만하면 점심 먹고 콧바람을 쇠러 나간다.

문제는 급식당번인 학생들이다.

 "급식당번은 나가서 놀 수 없나요?"

 "다 치우면 나가 놀 수 있지. "

 "누구, 누구야~ 빨리 먹어. "

이 날은 평소 급식을 천천히 먹던 학생들도 속도를 내건만, 유난히 마지막까지 먹는 학생들은 여전하다.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이야기한다.

 "급식당번은 원래 나가서 못 노는 거야. 내가 급식당번일 때는 못 나가서 놀았어."

선생님 대신 이야기하는 학생이 꼭 있다.

 '그건 네가 워낙 늦게까지 먹으니까, 너까지 먹고 치우느라 다른 급식당번까지 못 나간 거야.'

이야기는 하고 싶지만 참는다.

특히 남학생 급식당번은 나가서 놀겠다고 배식대 펴고 준비하는 것까지 자기가 할 테니 정리는 남은 학생이 하라며 월요일부터 실랑이를 한다.


지난주까지는 급식당번이 남학생이었고, 이번 주부터는 여학생이니 좀 덜하겠지만, 1주일 한번 운동장이 허락된 요일은 점심시간 교실이 썰렁해진다. 나갔다 들어오면 다른 반 학생이랑 싸웠다, 다른 반 학생이 체육관 공을 꺼내서 놀고는 치우지 않았다, 달리다가 부딪혔다 등의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그런 말들이 들려오면,

 "다음번에는 운동장 안 나가고 교실에서 책 읽는 게 어때?"

 "아니요!"

오래 말 붙일세라 바로 들어간다.

저학년을 배려해서 요일별 점심시간 나갈 수 있는 순서를 정해주서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비 오는 날이나, 비가 오고 그친 날은 운동장 모래가 잔뜩 묻은 상태로 복도까지 들어와서(우리 교실은 4층이다) 바닥이 모래로 버석버석해진다. 관 입구에 신발에 묻은 흙을 털 수 있게 요철 있는 발닦개가 있지만 5교시 시작 전 5분 종이 칠 때까지 노느라 후다닥 뛰어 들어오니 그런 게다.


이제 4월도 스무날 넘게 지나갔다. 점심시간 운동장 나가기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그날 하루의 에너지는 나가서 노는데 활용하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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