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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16. 2024

친구가 급식을 많이 먹는 이유

너 덕분에 급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어.

이전 학교에서 고학년을 담임 때였다.

강을 건너서 직장을 다니면서 아들이 한참 손이 많이 가던 시기라 급하게 출근하던 때였다. 다행히 생긴 지 얼마 안 된 코코아 택시(다들 아시는) 콜의 도움을 톡톡히 보았지만, 아침밥 없는 매일을 보낼 때 매일 기다리던 급식은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성인인 나도 급식을 열심히 먹었지만 한참 성장기라 학생들 대부분 급식을 잘 먹었다.

당시 우리 반에서 가장 우람하고 힘도 장사급인 남학생이 급식을 열심히 먹어서 매번 급식실에서 리필을 해왔다.

고학년이라 동작도 빠르고 척척 필요한 밥과 반찬을 가져와서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매번 그 학생의 식사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씨름 선수가 식사를 하면 저 정도 먹겠지? 의아해할 때 하루는 1.5인분 정도의 밥만 먹기에 신기해서 물어봤다.

 "오늘은 왜 밥을 적게 먹니? 어디 아프니?"

 "아니요. 아침밥을 먹고 와서 배가 덜 고파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갑자기 나와 동질감이 느껴지는 그 대답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양을 먹는 일은 일 년에 몇 번 없었다.

많이 먹는 그 식사량의 비밀은 아침밥을 못 먹고 목공 일을 직접 하시는 어머니를 기다리느라 늦게 저녁을 먹어서 든든한 점심 식사량이 필요한 거였다.


가끔 용돈으로 간식을 사 먹기도 했지만 급식으로 나오는 밥을 제일 좋아했다. 어머니랑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식사지도가 부족한지 급하게 먹느라(거의 게눈 감추는 수준) 식사시간 후에 책상을 잘 치우라는 잔소리를 해야 했다.

빨리 먹고 2,3번의 리필을 해야 하니 제일 마지막까지 식사했고 급식실에 부족한 음식 가져오는 당번을 자처해 뛰어나가는 횟수도 많았다.

당시 먼저 먹은 학생이 잔반통이 따로 없어 국통에 잔반을 쏟았는데 좋아하는 국인 경우 따로 1인분을 덜어놓으면 임자가 정해져 있었다.

유독 빠르게 먹기 위해 자주 비벼 먹는 모습도 보였다. 저렇게 먹으면 맛있나 싶었는데 가리는 게 없어서 다 넣고 쓱쓱 싹~ 끝! 2차 리필, 3차 리필...


다음 세대 푸드파이터를 키워볼까 생각할 무렵, 1주일가량 학생의 치아 때문에 식사량이 줄었는데 급식이 2~3인분 남았다. 치과 치료 후 다시 회복되어 다시 급식당번이 바빠지는 점심시간으로 돌아왔다.


거의 8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되어 있을 우리 반 복덩이 친구가 보고 싶은 밤이다.

복덩이 친구야~ 너 덕분에 급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어! 다들 부족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급식 먹는데 집중할 수 있었어.

형제 많은 집 식사시간에 모두가 집중해서 먹던 것처럼 모두가 한 식구 같았던 그때가 그립다.


*연재 시간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학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글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에피소드를 매일 공급해 주는 우리 반 학생들과 예전 제자들의 동의를 못 받았네요. 다음번 연재까지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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